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최근 언론에선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구하기 위해 구인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2022년 8월부터 의무화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모든 상장사의 성별 다양성’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때문이다. 100대 기업 중 70곳에서 여성이사가 0명이어서, 여성이사를 찾느라 비상이라는 기사가 많다.
전 세계의 여성 이사진은 과연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2년 마다 글로벌 이사회 다양성을 추적하는 에곤 젠더(Egon Zehnder)의 ‘글로벌 이사회 다양성 트래커(Global Board Diversity Tracker)’의 분석 결과(2020년 12월)에 따르면, 글로벌 이사회의 여성비율은 23.3%로 2018년(20.4%)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리더십 자문회사인 에곤 젠더는 16년간 전 세계 이사회의 성별 및 국제적 다양성을 추적해 격년마다 발표한다.
2020년 보고서는 전 세계 44개국 1685개 기업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총 시가총액 48조달러(5경4300조원)를 웃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89%가 이사회에 한 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2018년(85%)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10개 기업 중 한 곳은 아직도 이사회 내에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적어도 한 명의 여성임원이 반드시 존재하는 ‘원 온보드 클럽(One On Board Club)'에 속한 국가의 숫자는 44개국 중 19개국으로, 오스트레일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등이다. 19개국 중 9개국에선 특정 시점까지 여성 임원 비율에 도달하겠다고 요구하는 쿼터를 제도화했다. 보고서에선 “중국, 브라질, 독일, 미국을 포함한 25개국은 여전히 대기업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등장한 국가별 선두그룹과 후발그룹을 살펴보면, 뉴질랜드(45.5%), 프랑스(43.8%), 노르웨이(39.1%), 핀란드(27.8%), 이탈리아(37.3%), 벨기에(37.3%) 등은 선진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은 대기업 여성이사 비율이 6%로, 헝가리(8%), 칠레(6.7%), UAE(3.6%), 사우디아라비아(2.6%) 등으로 후발그룹에 속했다.
대기업 이사회에 평균 3명 이상의 여성이 포함된 국가의 수는 2018년 13개국에서 2020년 18개국으로 늘었다. 이들 18개국 중 8개국은 여성 고용 할당제 또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위스는 가장 최근 여성 고용 할당제를 도입한 나라다.
보고서에서는 “이제 성별 다양성을 넘어, 자연스럽게 민족 및 인종 다양성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일례로 미국의 경우 러셀 3000(Russell 3000 Index) 기업 전체 이사 중 흑인은 4.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70개국에서 성소수자들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불법인데, 미국의 경우 포춘 500지수 기업 이사회 의석 5000여개 중 성소수자임을 밝힌 사람은 24명에 불과했고, 이 중 유색인종은 2명이었으며 유색인종인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23.3%인 이사회 내 여성비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중 여성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는 2.1%에 불과했다. CEO 등 여성 임원(Executive Directors) 비율은 6%였고, 이사회 내 위원회 리더를 맡은 경우는 27.3%였다. 전체 이사회 의장직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7%였다.
에곤 젠더는 “지배적 다수가 존재하는 한, 소수의 목소리는 묻히게 된다”며 “지속가능성에 관한 의지를 보장하고 다양성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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