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기업 BP가 풍력 사업을 매각한다.
16일(현지시각) BP는 미국 내 육상 풍력사업 부문인 BP 윈드 에너지(Wind Energy)를 매각하고 태양광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P는 올해 가을부터 미국 7개 주에서 운영 중인 발전 용량 총 1.3기가와트(GW) 규모의 육상 풍력 발전소 10곳을 매각할 계획이다.
BP는 이번 결정으로 수익성이 낮은 풍력 사업을 정리하고 태양광 에너지 자회사인 라이트소스(Lightsource)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1월 BP는 라이트소스 BP의 지분을 완전히 인수, 태양광 사업에 더욱 매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분 인수는 2024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비용 상승으로 미국 풍력 사업 정리하고 태양광 사업 선택, 집중
BP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준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공급망 문제 등으로 다수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계약을 취소하거나 재협상을 하고 있다. BP 역시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자 풍력 부문을 매각하고 수익성이 있는 태양광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압박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BP 최고경영자(CEO) 머레이 오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는 고용 동결과 신규 해상 풍력 프로젝트 중단을 발표, 회사의 운영 방향을 기존의 석유 및 가스 부문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이는 전임 CEO인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의 에너지 전환 노선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오친클로스 CEO가 석유 및 가스로의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압박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니아 전쟁 이후 화석연료 부문 수익이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부문 수익은 저조하자, 투자자들이 이를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BP가 풍력보다는 나은 성과를 보이는 태양광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재편하게 된 이유다.
BP가 풍력 에너지에서 철수한다고 해서 재생 에너지와 지속 가능성 목표에서 후퇴하는 것은 아니다. BP는 여전히 2050년까지 전사적인 '넷제로 배출' 목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는 50%의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BP는 2050년까지 석유 및 가스 생산에서의 배출량도 '넷제로'로 만들 계획이다.
실제로 BP는 지난 8월 뉴질랜드의 코우하이 파크(Kōwhai Park) 태양광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 태양광 사업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한편, BP는 과거 몇 차례의 환경 사고로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원유 유출 사고와 2005년 텍사스 시티(Texas City) 정유소 폭발 사고는 BP의 역사에 남은 큰 오점으로, 환경 책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BP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태양광 산업에 집중,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목표를 둘 다 추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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