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석유기업 BP가 축소한 기후 목표를 또 한 번 철회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BP가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 전략을 축소하고 2030년까지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포기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2020년 BP는 2030년까지 석유 생산을 40% 감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2월 이를 25%로 줄인 바 있다.
화석연료 기업들, 에너지 전환 전략 축소...
원인은 투자자 요구, 재생에너지 수익성 난조, 에너지 안보 강화 등
BP는 석유와 가스 부문 투자를 다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성에 주목하면서 화석연료 생산 강화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BP CEO 머레이 오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는 지난 1월 취임 후, 기존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약화시키고 수익성 높은 석유 및 가스 부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바 있다.
오친클로스 CEO는 BP가 단순하고 고부가가치를 지닌 에너지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며, 내년 2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해당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업데이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에너지 전환 전략을 늦추고 나선 것은 셸(Shell)도 마찬가지다. 최근 셸은 해상 풍력, 바이오 연료, 수소 등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전력 및 재생에너지 자산을 매각하는 등 기존 전환 전략을 전면 조정했다.
에너지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 전략을 수정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전쟁으로 인해 유럽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화석연료 기업들이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수익성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BP는 2020년 이후 저탄소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석유 및 가스 탐사팀을 대폭 축소하는 등 나름의 기후 노력을 전개했으나 공급망 문제와 고금리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는 난항을 겪었다. 증시에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돼 BP의 주가는 경쟁사들 대비 부진한 상황이다.
소식통은 BP가 현재 이라크에서 3개의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는 이라크의 대규모 석유 생산지라 알려진 마지눈(Majnoon) 유전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BP가 쿠웨이트, 이탈리아, 멕시코만 등 여러 지역에서 유전 개발 및 화석연료 자산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BP가 기후 목표를 완전히 버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강화에 노력하겠지만, 2050년, 즉 장기적으로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오친클로스 CEO는 지난 5월 2026년 말까지 20억달러(약 2조6880억원)의 비용 절감 계획하고 저탄소 수소 프젝트의 수도 30개에서 10개로 줄였지만, 태양광 발전 합작회사 라이트소스 BP(Lightsource BP)의 나머지 지분 50%를 인수해 100% 소유를 달성하고, 브라질 바이오 연료 기업 번지(Bunge)의 지분도 50%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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