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내용 휠체어의 부재로 화장실까지 기어가야 했던 BBC 언론인
- 접근성(accessibility)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 필요
- 패럴림픽 폐막… 직장 내 포용성에 던지는 다섯 가지 메시지
- NDEAM의 올해 주제는 ‘모두를 위한 좋은 일자리 접근’

최근 BBC 소속 언론인이 비행기 바닥에서 힘겹게 기어가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20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총격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프랭크 가드너(Frank Gardner)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육체적인 불편과 심리적인 굴욕을 동시에 견뎌내야 했다. 기내용 휠체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내용 휠체어의 부재로 화장실까지 기어가야 했던 BBC 언론인

가드너의 SNS에는 바닥에 힘없이 놓여 있는 그의 두 다리와 꼿꼿이 서 있는 다른 승객의 다리가 함께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그는 기내에 휠체어를 두지 않는 것은 걸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명백히 차별적인 조처라고 지적했다.

사진 한 장이 주는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내 이 폴란드 항공사는 이 사건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 현재 장거리 항공편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으나, 단거리 항공편에서는 기내용 휠체어를 장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는 접근성(accessibility)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근시간 내 단거리 항공편에도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도록 테스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접근성(accessibility)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 필요

일견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2024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또 BBC라는 세계적인 미디어에 재직하는 언론인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었다면, 항공사에서 이렇게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했을까?

위 사건을 공유한 포스팅에 달린 여러 댓글을 보았다. 비행기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어서 비행 24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 자체를 자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승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에 통로 좌석에 앉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시각 장애인도 있었다. 그는 결국 가족 옆에 앉을 수 없었다.

기업 이미지 측면뿐 아니라 수익 측면에서도 위와 같은 행태는 재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접근성이 결여된 여행은 한 장의 티켓만 덜 팔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여정을 떠날 수 있는 가족, 친구들의 티켓까지 판매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접근성을 배려와 복지의 관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패럴림픽 폐막… 직장 내 포용성에 던지는 다섯 가지 메시지

지난달 파리에서 패럴림픽이 폐막했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개가를 올렸다. 패럴림픽의 상징인 아지토스기는 차기 개최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넘어갔다. 패럴림픽이 가져다준 울림은 비단 스포츠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하 BCG)은 패럴림픽이 직장 내 포용성에 던지는 다섯 가지 교훈을 정리했다.

1. 우수성을 키울 것
2. 공평하고 포용적인 디자인을 수용할 것
3. 정직과 진정성을 장려할 것
4. 포용적이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할 것
5. 인간의 적응력을 믿을 것

1번 관련해, 기업은 때때로 포용성에 대한 노력을 도덕적 의무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간주하기도 하는데, 포용성을 우선시하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합리적인 지원 체계에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장애인의 커리어 성공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2번에 대해 좀 더 부연하면, 휠체어를 탔을 때 보이지 않는 위치에 팀 로고를 배치하지 않는 등의 섬세함이 필요하다. 포용적 디자인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제품 전략의 골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3번에 대해서는 장애가 더 이상 숨기는 주제가 아니라, 인내와 개척의 기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다. 장애가 있는 직원들은 사회적 낙인, 승진 불이익, 고용 불안정성 등을 우려해 고용주에게 장애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관리자는 이런 정서를 감안해 심리적 안정감과 개방성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번에서는 패럴림픽 선수들은 ‘참가’가 아니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재인식하게 한다. 참가와 경쟁은 다르다. 포용적이지 않고, 적확하지 않은 단어는 장애인을 배제하고 차별하게 된다. 5번은 패럴림픽 선수들이 겪은 고강도의 훈련과 경쟁을 통해 인간의 적응력이 가진 위력을 보여준다. 

 

NDEAM의 올해 주제는 ‘모두를 위한 좋은 일자리 접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명이 심각한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6%에 달한다. 작은 수치가 아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사회에서, 회사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어 있다. 

장애인에게 편한 공간과 서비스는 비단 장애인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상업용 업무공간 설계에 변형을 줬다고 가정해 보자. 필자같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이 아빠에게도, 노인에게도,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은 누군가에게도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마찬가지 아닐까. 미국에서 10월은 ‘전국 장애인 고용 인식의 달(NDEAM, National Disability Employment Awareness Month)’이다. 미국 노동부가 후원하는 연례행사다. 장애인이 미국 전역의 직장과 경제에 가치를 더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올해 주제가 인상적이다. ‘모두를 위한 좋은 일자리 접근(Access to Good Jobs for All)’이다. 가드너가 겪었던 일, BCG의 메시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회에서 직면하고 있는 것들을 복기해보자. 우리도 ‘접근(Access)’과 ‘모두를 위한(for All)’에 집중하고 고민할 때다.


☞ 김민석 팀장은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

김민석 팀장(listen-listen@nate.com)은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에 재직 중이다. 브랜드전략팀 팀장과 ESG LAB의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행정학·정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필명으로 몇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외부 전문위원,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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