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정유사들을 상대로 제기된 기후 소송을 무산시키려는 공화당 19개 주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미네소타, 뉴저지, 로드아일랜드 등 민주당 주 5곳은 엑손모빌(Exxon Mobil), BP, 셰브론(Chevron) 등을 상대로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들은 화석연료 기업이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를 태우면 기후 변화가 온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은폐함으로써 공공의 폐해를 초래하거나 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해당 기업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공화당 주들은 이러한 소송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주 정부 간 소송을 무력화하고자 엑손모빌을 비롯해 셰브론,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셸(Shell), BP 등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2024년 공화당 앨라배마주 법무장관 스티브 마셜(Steve Marshall)이 주도한 소송에는 알래스카, 플로리다, 조지아, 아이다호, 아이오와, 캔자스, 미시시피, 미주리, 몬태나, 네브래스카, 뉴햄프셔, 노스다코타,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유타,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의 법무장관이 참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거부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민주당 주의 소송은 기존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 미네소타주 법무장관 키스 엘리슨(Keith Ellison)은 성명을 통해 “법원이 방해 행위를 저지하고, 피고인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헌법을 가지고 정치를 하려는 시도를 꿰뚫어 본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마셜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은 이 사건을 기각한 대법원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주들은 전통적인 에너지에서 엄청난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 그들은 앨라배마와 전 세계에서 취한 행동에 대해 기업들에게 엄청난 책임을 지우려 하고 있다. 헌법은 캘리포니아에 그러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계속 엇갈리는 연방 대법원과 주 법원의 판결
그동안 기업들은 기후 소송을 연방법원이 담당해야 한다며 사건을 여러 차례 이관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보수적인 성향의 판사 비율이 6대 3인 대법원은 이런 시도를 잇따라 기각했다. 기후 소송은 지방법원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게 미 대법원의 입장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하와이주 호놀룰루시가 2020년에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에 대한 정유사들의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놀룰루시의 주장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당시 수노코(Sunoco)를 비롯한 15개 정유사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전국 50개 주에서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 봇물 터지듯 이루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하와이 주 법원에서 초기 심리 단계에 있다.
한편 미국 뉴욕주 대법원은 지난 1월 15일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뉴욕시가 제기한 기후 소송을 기각했다. 소송을 기각한 아나르 파텔(Anar Patel) 뉴욕주 대법관은 "화석연료 사용과 기후변화 현상의 연관성은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보편적인 사실이며,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라고 판결했다.
지난 해 7월, 메릴랜드주 법원 역시 기후 변화 소송을 처음으로 기각했고, 이전인 1월, 델라웨어주 법원은 BP, 셰브론을 상대로 한 소송의 일부를 기각했다.
대법원과 주 법원의 엇갈린 판결 속에서 계속 이어질 주 정부와 화석연료 기업 간의 기후 소송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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