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연방 부지 활용 계획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던 청정에너지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진 채 진행되면서, 민주당은 기후 정책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I는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연방 에너지부 부지 전면 활용
미 에너지부는 연방 소유 부지 16곳을 선정해 민간 기업과 함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에 위치한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 사우스캐롤라이나·텍사스주의 원자력 단지, 켄터키·오하이오주의 우라늄 농축 시설 부지 등이 포함됐다. 데이터센터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AI 패권 경쟁은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라며, “에너지부는 민간 파트너와 함께 인프라를 조속히 완공하고 전력망 설계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마이클 크라치오스 실장도 “AI 중심 사회를 위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연방 자산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OSTP가 이번 계획을 공식 승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에너지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데이터센터 건설에 참여할 민간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에너지부는 각 부지의 특성과 전력 수요에 맞춰 전력망 설계와 에너지 공급 방식을 함께 구상하고,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고효율 서버나 냉각 시스템 같은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 개발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를 포함한 에너지부 산하 주요 국립연구소들의 첨단 연구 인프라를 공동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연방 정부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기후 기술 역량을 민간과 공유해, AI 인프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려는 취지다.
청정에너지 예산 위태…트럼프 AI 전략에 민주당 제동
이번 정책은 사실상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상에 있다. 바이든은 지난 1월 국방부와 에너지부 소유 연방 부지를 민간에 임대해 AI 데이터센터와 청정에너지 발전 설비를 동반 구축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내무부는 지열·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인허가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는 전 정부의 행정명령에 있던 청정에너지 연계 의무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이는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일부 데이터센터 건설 후보지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부지로 지정됐던 곳들인데 용도가 전환되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에 걸친 청정에너지 부지를 AI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수소 허브 프로그램 중 4곳의 자금 지원 중단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 상원의원 25명은 2일(현지시각) 크리스 라이트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승인한 청정에너지 예산은 행정부가 정책적 선호에 따라 임의로 중단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한을 주도한 마틴 하인리히, 패티 머레이 의원 등은 “헌법은 예산 편성과 집행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법률을 성실히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초당적 인프라법(BIL) 등 기존 법률에 따라 책정된 청정에너지 예산이 AI 인프라로 전용되거나 삭감되는 것을 ‘입법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현재 부서 전반의 프로젝트를 재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으며, 향후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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