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너지 대기업 지멘스에너지가 미국 전력 시장 호조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6일(현지시각)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당초 제시했던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멘스에너지가 미국 내 견고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3분기 수주 67% 급증…역대 최대 실적에 흑자 전환
지멘스에너지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수주액은 166억유로(약 27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 급증했다.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141억유로(약 23조원)를 20% 가까이 뛰어넘는 수치로 회사는 이를 분기 기준 역대 최대라고 평가했다.
매출도 견조하게 증가했다. 3분기 매출액은 97억유로(약 16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늘었다. 순이익은 6억9700만유로(약 1조원)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억200만유로(약 1647억원)가 적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호조세로 회사가 받은 수주잔고는 1360억유로(약 220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향후 몇 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미래 먹거리'가 마련된 셈이다.
지멘스에너지는 이 같은 수주 호조와 실적 반등을 기반으로 올해 매출 성장률을 13~15%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12.9%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별항목을 제외한 영업이익률도 4~6%로 예상돼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AI 수요에 美 전력 인프라 투자 폭증…지멘스에너지 반사 이익
지멘스에너지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는 미국 시장의 전력 인프라 수요의 확대가 꼽힌다. 최근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발전소·송전망 확충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설비 시장 전반이 뚜렷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지멘스에너지는 전체 매출의 20%를 미국에서 확보하고 있으며, 1만2000명의 직원을 두고 터빈이나 송전장비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지멘스에너지는 현재 전체 매출의 20%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으며, 1만2000명의 직원을 고용해 가스터빈과 송전 장비 등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브루흐 CEO는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에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고 밝히며, “올해 들어 수주한 14GW 규모 가스터빈 중 60%가 데이터센터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에만 미국에서 발생한 주문이 전체 수주의 35%를 차지할 만큼, 시장 반응도 가시화되고 있다.
회사는 AI 열풍이 향후 수십 년간 전력망 투자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멘스에너지는 2050년까지 미국 전력망에 총 2조달러(약 2767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에 대응해 2027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대형 변압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의 대형 변압기 8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수요와 공급망 리스크를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관세로 1억유로 손실…지멘스, 신규 계약으로 점진 해소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관세 강화 정책으로 지멘스에너지도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브루흐 CEO는 올해 들어 관세의 영향으로 1억유로(약 1614억원)의 순이익 감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4분기에도 수천만 유로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이 정도 손실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이 탄탄한 데다, 새로 체결되는 계약에서는 관세 부담을 고객 측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에 체결한 장기 서비스 계약이다. 기존 계약에는 가격 인상 조항이 없어 관세가 발생해도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회사가 관세 부담을 직접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존 계약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면 이러한 부담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브루흐 CEO는 “내년에도 유사한 손실이 예상되지만, 점진적인 계약 갱신을 통해 관세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지난달 EU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한 것도 회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멘스에너지는 관세율이 확정되면서 사업 계획 수립에 필요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풍력사업 적자 지속에도 회복세…발트해 프로젝트 수주로 반등 신호
한때 위기를 겪었던 지멘스에너지의 풍력사업부가 회복세를 보이며, 실적 반등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풍력터빈 자회사 지멘스 가메사는 올해도 약 13억유로(약 2조원)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분기에는 총 33억유로(약 5조원) 규모의 발트해 해상풍력 프로젝트 2건을 수주하며, 해상 부문 확대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멘스에너지는 2년 전 풍력터빈 품질 문제로 경영 위기를 겪었고, 독일 정부로부터 구제 금융이 필요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놓였었다. 그러나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품질 개선 작업을 통해 점진적 회복세를 보여왔다. 회사는 비용 절감과 해상풍력 중심 전략을 병행해 풍력 부문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개선 흐름은 주가 상승과 배당 여력 회복으로도 이어졌다. 지멘스에너지 주가는 올해 들어 90% 가까이 급등했고, 회사는 예상보다 빠르게 배당 지급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5년 배당금 지급 여부는 내년 2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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