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이 활기를 띄는 가운데 비트코인 또한 인기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 화폐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비트코인에 집중되면서 작년 3월 600만~7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이 올 3월에는 6800만원대(21일 기준)까지 올라 10배 가까이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비트코인의 인기에는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영향이 컸다. 지난 2월 미국 연방 금융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테슬라의 연례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테슬라는 15억달러(1조6950억원)를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덧붙여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은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선포해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이 가운데, 빌 게이츠(Bill Gates)는 지난달 25일 블룸버그TV에 출현해 "일론 머스크 CEO 만큼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론 머스크는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고 전략적이기에 비트코인의 등락을 걱정하지 않지만, 여윳돈이 없는 이들은 이런 열풍에 현혹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9일(현지시간) 빌 게이츠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비트코인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번에는 기후변화의 이유를 보다 강조해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거래 과정에서 인류가 이용하는 어느 방법보다 전기를 많이 소모한다"면서 "이는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비트코인 거래와 더불어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량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사실 몇 년전부터 비트코인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종종 제기되어 왔다. 2018년 미국 하와이대학교 기후학자들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비트코인이 '전기에 굶주린(power-hungry) 가상화폐'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7년 한 해만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양이 69000만톤(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비트코인이 좌절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의 저장 단위인 '블록'을 생성하려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고 비트코인은 연산 과정에 따라 보상으로 주어지는 데, 이러한 시스템에서 수많은 컴퓨터를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막대하다. 특히 암호 해독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연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슈퍼컴퓨터와 고(高)사양의 그래픽 카드가 사용되야하기 때문에 더 많이 전기가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알렉스 드 브리스(Alex de Vries) 도이치센트럴뱅크 데이터 전문가 또한 "비트코인이 한번 거래될 때마다 약 707.6킬로와트(KW)의 전기가 사용되며 이로 인해 300kg의 탄소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같은 전력량은 미국 가정이 24일 동안 사용하는 양에 맞먹는다고 풀이했다.
그런데 비트코인 채굴이 주로 중국, 이란 등 전기료가 저렴한 나라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기후변화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석탄, 석유 등 화석발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비트코인 채굴 증가는 화석발전에 따른 탄소 발생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빌게이츠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가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괜찮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로 비트코인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극복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트코인의 논란에도 페이팔(PayPal),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의 결제업체들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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