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영국 석유기업 BP가 재생에너지 중심 전략을 철회하고 다시 석유·가스로 회귀하자,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BP 지분 1.8%를 보유한 상위 10대 투자자인 리걸앤제너럴(Legal and General, L&G)은 다음 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헬게 룬드(Helge Lund) 이사회 의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BP는 이번 달 초 룬드 의장이 2026년 중으로 사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L&G는 “후임 선출 과정이 현재 회사가 제시한 일정보다 더 명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 기후 전략 철회 결정이 주주 투표 없이 이뤄진 것에 깊은 우려

BP의 CEO 머레이 오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는 지난해 1월 취임 후, 기존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약화하고 수익성 높은 석유 및 가스 부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BP는 2월 26일 재생에너지 전략 철회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BP는 2월 발표 이후 주요 주주들과의 소통을 통해 "전략 재설정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L&G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기후변화는 장기적으로 고객 자산에 재무적으로 중대한 리스크”라며 “2월 발표된 회사 전략의 실질적인 수정 내용과 이를 주주총회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한 결정 모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반대 움직임은 L&G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로베코(Robeco), 영국 연기금인 네스트(Nest)와 보더투코스트(Border to Coast) 등 여러 주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로베코의 의결권 행사 책임자인 미힐 판 에쉬(Michiel van Esch)는 이번 달 “BP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회복력과 기후 거버넌스 접근 방식의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00만파운드(약 557억원) 규모의 BP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네스트의 책임투자 책임자인 디안드라 수비아(Diandra Soobiah)는 “전략을 이리저리 바꾸는 행보가 이사회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손상시켰다”고 평가했다. 

 

엘리엇, BP의 재생에너지 지출 축소 지지

반면, BP 지분을 5%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는 BP의 재생에너지 지출 축소를 지지하며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엘리엇은 BP가 셸이나 엑손모빌처럼 전통적인 석유·가스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BP와 다른 대형 석유기업들은 화석연료를 고수할지, 아니면 수익률은 낮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로 전환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으며, 주요 투자자 간의 의견 차이는 이러한 고민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한편,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BP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OPEC+의 5월 증산 계획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는 지난 2주간 하락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