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목표가 극우정당의 주도로 표류 위기에 처했다. 유럽의회에서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극우 그룹 '패트리어츠 포 유럽'(Patriots for Europe)이 관련 법안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11월 유엔 기후변화회의(COP30) 이전 합의가 불투명해졌다.
유럽 현재 매체 유랙티브와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각) 패트리어츠 포 유럽이 유럽의회 환경위원회에서 포인트 기반 경매를 통해 2040년 기후 목표 관련 보고서 작성권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그룹에는 프랑스의 국민연합(RN), 스페인의 복스(Vox),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피데스(Fidesz) 등 기후 행동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들이 포함돼 있다.
집행위, 산업계 지원 강화한 새 감축안 제시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주 EU 기후법에 따라 1990년 대비 순배출량 90% 감축이라는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이정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과 유럽 과학자문위원회 자문을 토대로 마련됐다.
집행위원회는 이번 제안에서 과거와 다른 접근법을 도입했다. 2036년부터 고품질 국제 크레딧의 제한적 활용, EU 배출권거래제(ETS) 내 국내 영구 제거량 활용, 섹터 간 유연성 확대 등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회원국이 토지 이용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폐기물·교통 부문의 초과 감축으로 보상할 수 있다.
청정 산업 거래(Clean Industrial Deal) 이행도 가속화한다. 집행위원회는 지난주 청정 에너지 전환 투자 지원을 위한 국가보조금 프레임워크를 채택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간소화로 수입업체의 90%를 면제해 행정 부담을 줄였다. 가속 감가상각과 세액공제 등 세제 인센티브 권고안도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 시민들이 기후변화 영향을 점점 체감하면서 유럽의 행동을 기대한다"며 "목표는 명확하고 여정은 실용적이며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신 유로바로미터 조사에서도 EU 기후 행동에 대한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확인됐다.
중도우파 EPP 지지 여부가 승부처
패트리어츠 포 유럽이 보고서 작성권을 확보함에 따라 이 그룹 소속 의원이 유럽의회 입장을 작성하고 EU 이사회와의 협상을 주도한다. 프랑스 자유주의 정당 소속 파스칼 캉핀 의원은 "친유럽 그룹들이 11월 브라질 벨렘 COP30 이전 합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패트리어츠가 사실상 2040년 목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녹색당의 레나 실링 의원은 "EU 2040년 기후 목표가 극우의 손에 넘어갔다"며 신속처리 절차를 요구했다가 다른 정치 그룹과의 협의를 거쳐 철회했다. 수요일 의회 표결에서 친유럽 그룹들이 협상 속도를 높이고 패트리어츠의 권한을 축소하려 하지만,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의 지지가 관건이다. 많은 EPP 의원들이 산업계 어려움을 이유로 강력한 기후 조치에 반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주 말 덴마크 올보르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2040년 목표를 처음 논의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 만큼 프랑스의 태도가 중요하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정 확대 등 일부 양보를 얻어냈지만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폴란드와 이탈리아 등도 이 목표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과학자들이 90% 감축이 파리협정에 따라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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