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5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번 결정으로 EU는 오는 10일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새 국가감축목표(NDC)를 공식 제출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합의는 15시간 넘는 협상 끝에 도출된 절충안으로, 경기 둔화와 산업계 반발로 회원국 간 이견이 컸지만, 국제 탄소배출권(파리협정 제6조 기반)을 활용해 감축 목표의 일부를 해외 감축 실적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국제 크레딧 허용'으로 비용·정치 리스크 완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5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기로 합의했다. /UNFCCC, Flickr.com/cop30amazonia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5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기로 합의했다. /UNFCCC, Flickr.com/cop30amazonia

EU는 그동안 ‘모든 감축은 회원국 내부에서 직접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해외 감축 실적을 최대 5%까지 인정하면서, EU 내부 감축 85%와 해외 크레딧 5%로 구성되는 새로운 구조를 갖추게 됐다. EU가 ‘완전한 자력감축’ 원칙을 처음으로 유연하게 조정한 사례로 평가된다.

핵심은 국제 탄소크레딧(파리협정 제6조 기반) 활용 비율을 기존 제안안의 3%에서 5%로 늘린 것이다. 회원국들은 EU 역내 감축 대신 해외의 인증된 감축 프로젝트를 구매해 일정 비율을 상쇄할 수 있게 된다. 크레딧 사용은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시점보다 5년 앞당겨진 2031년부터 시범 적용이 시작되며, 이후 5년간의 검증 단계를 거칠 예정이다.

브뤼셀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결정을 “유럽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트레이딩업체 머큐리아의 엔리크 아르데리우 이사는 “국제 기후금융에 대한 신뢰 투표이자, EU가 비용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합의 과정은 난항을 겪었다. 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는 산업비용 상승과 에너지 가격 인상 우려를 이유로 끝까지 반대했고, 불가리아와 벨기에는 기권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프랑스는 ‘기술 중립성’ 조항 삽입에 성공해 원자력 발전을 공식 감축수단으로 인정받았다. 프랑스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사안으로, 향후 EU 내 원전 재평가 논의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또한 회원국들은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무역 보호 조치 강화와 탄소시장(ETS) 확대 일정 조정에도 합의했다. 운송 및 난방 연료 부문 ETS 적용 시점은 당초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 늦춰졌으며, 이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헝가리·폴란드 반대, 프랑스 ‘원전 카드’로 유연성 확보

에너지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얀 올센 환경제품 책임자는 “지금의 유럽의회는 5년 전보다 확실히 기후보다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회원국들은 탈산업화와 고용 감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일정 부분) 포기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EU는 2030년까지 55% 감축(일명 핏포 55), 2050년 넷제로라는 기존 목표를 이미 법적으로 확정한 상태지만, 최근 경기 둔화와 산업 전환 부담으로 ‘기후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속도 조절’에 가까운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안은 향후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의 추가 조율을 거쳐 최종 입법안으로 확정된다.

EU는 수요일(6일) 기준으로 회원국 간 합의를 바탕으로 66.3~72.5% 감축 수준의 중간 목표(NDC 업데이트안)을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후 파리협정 이행을 사실상 중단한 가운데, 이번 합의를 통해 EU는 국제 사회에 ‘기후 리더십 복원’을 선언하는 상징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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