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표된 EU의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딜 ‘Fit for 55’ 패키지를 두고, 유럽 내의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FT가 보도했다.
우선 자동차 업종의 경우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된 것에 대해, 준비가 빠른 기업과 더딘 기업 간에 반응이 다르다.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바꿀 것을 선언한 ‘볼보(Volvo)’와 350억유로(47조원)를 전기차에 투자하고 있는 유럽 최대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은 이 조치를 환영했다.
하지만,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동차산업을 지닌 스페인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됐다”고 반발하며, 독일 자동차업계 로비단체인 VDA는 “이번 조치는 협력업체들을 비롯한 기업들에게 거의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이며, 혁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항공업계 또한 찬반 양론으로 나뉘었다. 美 보잉의 경우 올해 초 발빠르게 “2030년까지 비행기를 100% 지속가능한 연료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표한 바 있다. 루프트한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맞는 방향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동의하면서도,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유럽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상할당이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특히 등유세가 유럽 항공사를 괴롭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은 “지속가능한 연료에 대한 보조금 또는 자금조달을 위한 메커니즘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유보다 몇 배나 더 비싼 지속가능한 연료를 이용할 메리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강력한 목소리로 반발하는 그룹도 있다. 영국항공과 스페인 이베리아 항공의 모그룹인 IAG그룹의 전 CEO 윌리 왈시(Willie Walsh)는 “과세를 통해 제트연료를 더 비싸게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연료의 상용화를 가속화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EU가 항공기 제트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계획에 대해 ‘브뤼셀만의 목표’일 뿐”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유럽 항공무역기구인 A4E 또한 “이 조치는 승객들에게 비행기 값만 더 비싸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해운업계, "코로나로부터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자금강탈" 맹비난
한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의 초기 실시대상이 된 업종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바로 ‘무상할당을 2036년까지 없앤다’고 한 부분 때문이다. CBAM이 먼저 시행되는 시멘트, 철강, 비료, 알루미늄 업종은 “무상할당은 CBAM과는 별개이니 무상할당을 계속 유지해달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EU ETS(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의 온실가스 배출량 45% 가량을 차지한다.
유럽최대 시멘트제조업체 중 하나인 홀심(Holcim) 세드릭 드미우스 공보담당 부사장은 FT에 “탄소배출권의 무상할당 폐지는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며 “어떤 산업분야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철강협회도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장기적으로 탈탄소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감소한다”고 비판했고, 타타스틸 또한 “결국 운영비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이번 CBAM에서 커버할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 배출량인 ‘스코프1(Scope1)’까지만 포함되는 바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비철금속협회인 유로메토(Eurometaux)측은 “무상할당이 폐지되는 부분은 실망스럽지만, 간접배출량을 제외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가장 강력한 반발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유럽 ETS에 포함되는 해운업계에서 나왔다. 가이 플래튼(Guy Platten) 국제해운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계획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 전염병으로부터 EU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완전한 자금 강탈”이라고 맹비난했다. 오히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가 더 균형 잡힌 반응을 보였다. 머스크측은 “비EU 국가들을 소외시킬 수 있기 정책이기 때문에 (무역) 긴장감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 프레임워크는 올바른 아이디어”라고 평했다.
한편,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를 선언한 에너지 기업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P는 베르나르 루니 CEO는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고 큰 사업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발전기업들의 평도 긍정적이었다. 독일 에너지기업 RWE의 마커스 크레베르 CEO는 “환경과 비즈니스 모두에게 좋은 날”이라며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가속화하고, 수소 경제를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스페인 최대 전력기업 이베르드롤라의 이그나시오 갈란(Ignacio Galan) 집행위원장은 “회원국들이 필요한 시간표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향후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 EU 집행위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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