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은행은 ‘외화자산의 ESG운용에 대한 기본방향 및 향후계획’ 보도자료를 통해 ESG 논란기업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의 지난 8월 기자간담회 모습/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28일 한국은행은 ‘외화자산의 ESG운용에 대한 기본방향 및 향후계획’ 보도자료를 통해 ESG 논란기업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의 지난 8월 기자간담회 모습/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국은행이 외화 자산에 대한 ESG투자를 선언했다. 28일 한국은행은 ‘외화자산의 ESG운용에 대한 기본방향 및 향후계획’ 보도자료를 통해 ESG 논란기업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MSCI가 ESG논란기업을 배제해서 산출한 ‘MSCI ESG 스크린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투자를 늘리는 방식을 적용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란 술, 담배, 카지노 등 부정적인 산업이나 리스크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이후 2~3년 안에 자체적으로 네거티브 스크리닝 체계를 구축해 전체 위탁자산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전 세계 중앙은행 중 8위 수준으로, 외환보유액 4639억3000만달러(약 547조원)을 굴린다. 지난 6월말 시장가치 기준 ESG자산은 71억2000만달러(8조4000억원)를 운용 중이다. 

한은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채택하면, MSCI ESG 최저등급(CCC등급) 기업의 주식, 채권 등은 외자운용원 투자 대상에서 배제된다. ECB(유럽중앙은행)을 비롯,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중앙은행도 외화자산 운용과정에서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운용 중이다. 

 

글로벌 ESG투자 늘고, 녹색금융과 기후변화 대응 중요성 커져

한국은행이 ESG 전략을 발표한 이유는 ESG투자가 늘어나는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측면과 함께,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녹색금융’으로의 전환으로 움직이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우선 ESG 투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ESG 관련 투자자산 규모는 2012년 13조달러에서 2020년 40조달러, 2025년에는 53조달러 등 향후 글로벌 투자자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ESG투자가 커지는 큰 요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것은 ‘기후 리스크’다.   

기후 리스크 대응은 이제 중앙은행의 소관업무에 포함되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양대 책무를 지녔던 중앙은행의 변화가 유럽과 미국에서 감지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는 지난 3월 기본정책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외에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며 탄소중립 목표에도 부합하는 경제성장’을 추가했다. ‘기후금융’(혹은 녹색금융)을 공식 정책목표에 포함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와 미국 연준(Fed)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글로벌에 비해 녹색금융 전환 대응이 다소 늦었다. 그 단적인 사례가 지난 4월 글로벌 싱크탱크인 ‘포지티브 머니(Positive Money)’가 평가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녹색금융 전환 점수였다. G20 국가들 중 한국은 130점 만점에 11점을 기록해 13위를 차지했다. 하위권이었다. 당시 평가지표의 큰 배점을 차지한 것은 통화정책(50점)과 금융정책(50점)이었다. 통화정책은 예를 들어, 회사채나 채권 매입시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는지, 시중은행 대출시 담보에 환경리스크를 고려하는지, 녹색산업 등 지속가능한 금융으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지,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지원을 중단하는지 등이다. 중국은 이 통화정책에서 50점 만점에 16점을 기록했는데, 우리나라는 0점이었다. 

 

한국은행, 2019년 글로벌 녹색금융협의체 가입해 본격 합류

한국은행이 G20 중앙은행, 감독기구들의 협의체인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녹색금융협의체)에 가입한 것은 2019년 11월부터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도 글로벌 녹색금융 논의의 장에 본격 합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5년 9월 마크 카니(Mark Carney) 전 영란은행 총재가 “기후 리스크를 금융 공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후 기후공시의 국제표준인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이 발표된 것이 2017년이니 국제 논의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 늦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가장 선두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ECB는 채권 매입을 할 때 기후 위험 반영을 검토 중이고, 2022년부터는 기후 관련 건전성 테스트(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다.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로 삼아야 할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던 미 연준(Fed)도 미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인 작년 12월 NGFS에 가입했다. 

이와 관련, 인베스코의 2020 글로벌 주권 자산관리자 설문조사에 참여한 중앙은행의 4분의 1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기후변화를 완화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후변화와 ESG는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역할마저 바꿔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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