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국가들 중 한국의 녹색금융 전환 점수는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싱크탱크 포지티브 머니(Positive Money)에 따르면 한국은 130점 만점 중 11점을 기록해 미국과 같은 순위인 1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위는 50점을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다.

포지티브 머니는 “전 세계 경제가 녹색금융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통화 및 금융 정책이 지속가능성 목표와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은 정부의 정책을 지원하고, 재정 안정성을 추구하고,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인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녹색금융으로의 전환에서 정부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평가지표로는 중앙은행이 녹색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정책 4가지가 사용됐다. ▲(녹색금융에 대한) 조사 및 지지(10점) ▲통화 정책(50점) ▲금융 정책(50점) ▲모범사례(20점)로 구성됐으며, 구간별 A+에서 F등급까지 나눴다. 비록 중국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130점 만점에 50점으로 C등급을 기록, G20 국가들 중 선도적으로 녹색금융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하긴 이르다.

G20 국가들은 대부분 녹색금융에 대한 조사에서 10점을 기록해 녹색금융에 대한 이해나 연구는 비교적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20의 중앙은행들은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에 가입해 금융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나머지 항목들에선 대부분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포지티브 머니가 평가한 녹색 통화정책은 환경 요소를 얼마나 정부 정책에 반영해 재무 안정성을 높였는지가 핵심이다. 회사채나 채권을 매입할 때 탄소 배출량을 고려했는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을 진행할 시 고려하는 담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적 요소를 고려했는지, 녹색 산업 등 지속가능한 산업에 자금이 흘러가게 했는지, 기후와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하는 기업에 지원을 중단했는지 등이다. 중국은 통화정책에서 50점 만점에 16점을 기록하며 타 국가와 간극을 넓힐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0점을 기록했다.

중국은 금융 정책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한국이 50점 만점에 1점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24점을 받으며 금융 위험에 기후 등 환경 요소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정책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금융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녹색금융으로의 전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이행하고 있는지, 중앙은행이 기후 공시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핵심 이슈로 다뤘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재정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금을 어느 정도 규모로 구축하고 있는지, 기후변화로 인해 쇠락할 탄소 집약적 사업에 자금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는지도 중요 항목이다. 포지티브 머니는 중앙은행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등 유동성이 낮은 녹색 프로젝트(신재생에너지 등)에 자금이 흐르도록 녹색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은행 등에 지속가능한 금융과 넷제로 목표를 공식 선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3가지 분야에서 G20 중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았던 중국이 모범사례 영역에선 0점을 받았다. 한국 또한 0점을 기록했다. 포지티브 머니는 영란은행과 브라질 중앙은행 등 직접 환경 리스크를 식별해 공개한 사례, 사회책임투자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적용한 프랑스 은행, 녹색 분류체계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EU와 중국 인민은행 등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한국은행·금융위·금감원 정책 낮은 영향 밖에 못 미치는 중 

반면 중국, 2012년부터 준비해 와 가장 긍정적 평가 받아

포지티브 머니가 제시한 기준 가운데 녹색금융 연구 및 조사 기준을 제외한 나머지 기준에서 한국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30점 만점에 종합 D-를 기록한 것이다.

평가 지표마다 ▲모든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높은 영향 ▲일부 탄소 집약적인 자산에서 자산을 이동시켜 재무 흐름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간 영향 ▲장기적인 흐름을 만들진 못하는 낮은 영향 세 단계로 분석했는데, 한국은행의 정책은 녹색금융에 대체로 낮은 영향만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국내에선 선진적으로 평가 받았던 정책들도 글로벌 수준에선 미미한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 금융위원회가 발족한 녹색금융 TF, 금융감독원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녹색 분류체계 등이다.

반면 중국이나 EU의 경우 중간 영향에 해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낮은 대출 금리 제공, 녹색사업에 필요한 자금 상시 대출, 모든 금융사를 대상으로 기후 위험 의무 공개 등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사례들은 대부분 기후위기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기 이전인 2012년부터 계획된 것들이었다.

EU의 경우도 회사채 매입 고려사항에 기후 요소를 포함하고, 비재무정보 의무공시(NFRD), 기후를 리스크로 인식하고 이를 은행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사례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포지티브 머니는 “이번 평가에서 대부분의 G20 국가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재정지원 축소와 같은 녹색금융 전환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들은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환 시기가 늦어질수록 오히려 중앙은행들이 우려하는 시장 중립성이 붕괴될 것”이라며 “기후 관련 공시와 스트레스 테스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금의 접근방식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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