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가 MSCI ESG 등급 평가에 대해 ‘ESG 신기루’라는 제목으로 상당히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은 MSCI의 ESG 등급 평가가 기업이 전 세계에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지수(index)를 만들고 판매하는 사업을 해온 MSCI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흥행을 하면서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최대 고객은 10조 달러를 운용 중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다. MSCI가 운용하는 지수만 해도 16만개가 넘는다. 

MSCI 자체의 매출액은 높았지만, 아무도 MSCI 자체가 상장주식으로서 매력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보지 않았다. MSCI는 2007년 상장했는데, 2019년 ESG와 지속가능성 평가등급 및 데이터를 통해 리브랜딩을 한 후 주가가 무려 4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기후위기, 사회불안,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심각한 경고 마케팅 덕분에 ESG(지속가능)투자는 현재 전 세계 금융서비스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MSCI는 이 흐름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기관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평이다.  

블랙록을 비롯한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펀드에 대한 ‘지속가능한’ 라벨을 정당화하기 위해 MSCI의 ESG등급을 이용한다. 블룸버그는 “MSCI가 ‘더나은 세상’을 위한다는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방법론과 실제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MSCI의 방법론은 기후변화 같은 리스크가 회사나 주주들에게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측정할 뿐, 그 반대인 기업이 지구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ESG 신기루' 제목 사진./ 블룸버그 캡처사진
블룸버그가 보도한 'ESG 신기루' 제목 사진./ 블룸버그 캡처사진

 

155개 MSCI ESG 등급 상향 기업 분석해보니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S&P 500대 기업 중 MSCI ESG등급이 상향된 기업들을 분석했다. 총 155개 기업의 등급이 상향됐다. 

블룸버그가 비판 사례로 든 첫 번째 기업은 맥도날드였다. 세계 최대의 쇠고기 구매기업인 맥도날드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400만톤으로 포르투칼이나 헝가리보다 더 많다. 4년 만에 배출량은 약 7% 증가했음에도, MSCI는 맥도날드의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기후변화가 회사의 수익에 위험을 주거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MSCI는 또 동종산업군(peer group)과의 비교에서 맥도날드의 포장재 및 폐기물 관련 리스크를 줄인 것을 높이 평가했는데, 이는 EU의 재활용 규제 정책과 맞물린 것이다. 블룸버그는 “MSCI는 환경 이슈가 해당 기업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만을 검토한다”고 비판했다. 

화학회사의 ‘물 스트레스’ 점수와 관련해서도, 해당 기업으로 인해 지역사회의 물 부족이 벌어지는 등의 영향에 관한 측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기업윤리강령 채택, 직원 이직률, 데이터 보호정책, 이사회 관행 등 등급상향 요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결국 가장 초보적인 비즈니스 관행을 신성시하고 보상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파악한 MSCI의 ESG등급 상향을 보면 지배구조(42%)가 가장 많았고, 사회(32%)와 환경(26%)이 그 뒤를 이었다. 블룸버그는 “지배구조에서 ‘기업의 윤리강령 제정’ 등 정책을 바꿀 경우, 기업이 새로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높은 등급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런 기준 때문에 S&P 500대 주식의 90%가 MSCI 등급으로 이뤄진 ESG 펀드에 편입돼있다”며 “미국 경제의 대표적인 표본기업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에 ESG펀드 편입이 적용된다면,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용등급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규제의 사각지대 

블룸버그는 “MSCI 평가등급이 상향된 155개 기업 중 절반 가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공개하는 기본 스텝을 밟지 않았다”고 했다. 상향된 기업 155개 중 1곳만이 실제 배출량 감소가 등급 상향의 핵심요인이었다고 한다. /블룸버그 캡처
블룸버그는 “MSCI 평가등급이 상향된 155개 기업 중 절반 가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공개하는 기본 스텝을 밟지 않았다”고 했다. 상향된 기업 155개 중 1곳만이 실제 배출량 감소가 등급 상향의 핵심요인이었다고 한다. /블룸버그 캡처

이뿐 아니라 블룸버그는 MSCI는 신용등급인 것처럼 ESG등급을 활용하면서, 정작 신용등급이 받고 있는 규제는 전혀 받지 않음을 지적했다. 현재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를 포함, 블룸버그LP 등 전 세계에는 160여개 ESG 평가 및 데이터 판매회사가 있지만, MSCI는 단연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신용평가사들은 동일한 금융 데이터에 기초해 같은 항목을 측정하고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데 비해, MSCI와 경쟁업체들은 자체 독점시스템, 알고리즘, 메트릭스, 비재무 정보 출처를 사용하면서, 평가방법론이 투명하지 않고 평가대상 기업의 자체 보고에 크게 의존하며, 어떤 규제당국도 방법론이나 결과를 조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SCI는 마치 표준화된 신용등급처럼,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척도와 신뢰도 시스템을 차용한다는 것이다. AAA와 BBB 등과 같은 등급방법론이다. 블룸버그는 “ESG의 주요 평가기관 중 MSCI만 유일하게 이런 등급을 사용한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MSCI가 방법론을 바꾸면 기업들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등급이 상향되기도 한다고 했다. 비즈니스위크가 분석한 등급상향 155개 기업 중 절반이 MSCI의 점수 계산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등급이 상향된 케이스라고 했다. 

가장 크게 비판하는 지점은,  기후변화 규제가 해당 기업의 수익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 MSCI ESG 등급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MSCI 평가등급이 상향된 155개 기업 중 절반 가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공개하는 기본 스텝을 밟지 않았다”고 했다. 상향된 기업 155개 중 1곳만이 실제 배출량 감소가 등급 상향의 핵심요인이었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MSCI ESG 등급평가에 의존하는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금이나 기타 투자의 탄소발자국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대표 사례로 건설회사 D.R. 호톤(Horton)을 들었다. 시가총액 380억달러인 이 회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MSCI는 지난 3월 호톤에 BBB등급을 부여했는데, 기업윤리와 부패에 관한 정책 점수가 올라가 등급이 상향된 것이었다. 10주 가량이 지난 후 호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지속가능 투자펀드인 블랙록의 아이셰어 ESG Aware MSCI USA ETF에 추가 편입되었다고 한다.(호톤은 현재는 펀드에서 빠졌지만, 등급이 하락하지는 않았다) 

블룸버그는 “블랙록의 ESG Aware펀드와 S&P 500펀드의 차이점은, ESG Aware 수수료가 S&P 500의 5배이며, 현재 248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ESG펀드는 매달 10억 달러씩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MSCI, ESG 기업 2곳 인수한 후 투자의 주류화 

블룸버그는 “MSCI는 포트폴리오에서 리스크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기업인 리스크메트릭스(RiskMetrics)를 15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리스크메트릭스가 인수한 두 곳의 ESG기업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책임투자의 선구자격인  KLD Research&Analytics, 이노베스트라는 두 곳 기업이다. 이 과정에서 ESG를 투자의 주류로 만들기 위한 MSCI와 사회책임투자의 원리원칙을 지키고자하는 초기 집단과의 갈등을 겪은 이후, 2019년 MSCI는 ‘지속가능성’과 ‘ESG’를 리브랜딩했다고 한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그해 자신의 지분을 25%로 늘리고, 9대 주주가 됨으로써 억만장자의 지위에 올랐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지난 COP26에서 9300개 회사의 직간접 배출량을 추산하고, 기업의 기후계획이 파리협정의 목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MSCI 넷제로 트래커(Net-Zero Tracker)’를 알렸다. 이러한 행보가 실제적인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지, 아니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해 보이는’ 투자를 유도하는지 블룸버그는 MSCI의 행보를 순수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 편집자 Talk 

블룸버그는 왜 MSCI를 작심하고 비판했을까.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블룸버그 회장인 마이클 블룸버그가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의장인 점을 고려하면,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TCFD는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장관들이 만든 협의체로, 각국 정부에서는 TCFD를 기후 관련 공시 표준으로 삼도록 의무화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또한 데이터 서비스를 하는 기관으로서, MSCI의 ESG평가 및 데이터 서비스의 진격에 대한 견제일 수도 있다. 최근 EU의 규제당국과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가 ESG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ESG의 '메인스트림화'에 대한 역학관계의 변화 움직임, 그리고 2022년 ESG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당국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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