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기업의 넷제로와 탄소중립 약속에 대한 검증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구글, 아마존,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 25곳의 넷제로 계획에 대한 검증에 이어, 이번에는 메이저 정유사 4곳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다.

지속가능성 관련 유명 비영리단체 세레스(CERES)는 "석유 및 가스 대기업의 탄소감축 약속이 전 세계 넷제로 목표 시나리오와 부합하지 않으며 기후 위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레스의 석유 및 가스 전문가 앤드류 로건 이사는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BP, 셰브론, 엑손모빌, 셸 등 석유 메이저 4개 사는 1965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배출가스의 1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기후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밝혔다.

세레스가 “BP, 셰브론, 엑손모빌, 셸 등 석유 기업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후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세레스

 

기후 선언, 과장홍보에 기후 목표와 일치하지 않아

그는 먼저 4개사들의 기후 선언이 기후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기업들은  정제, 유통과 관련된 다운스트림과 추출에 사용되는 업스트림 자산의 배출 영향력 모두를 고려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둘 중 하나만을 다루고 있었다. 엑손은 영업 자산의 수명주기(LCA) 내에서 배출량을 고려하는 대신 업스트림 자산의 배출 감축에만 집중했다.  

또한 기업들은 배출량을 야기하는 경제적 자산을 없애 배출량을 줄였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소규모의 개인 소유 회사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앤 것이 아니라 책임을 이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넷제로 전환을 위해 기업들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지만, 이를 과장홍보하는 그린워싱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됐다. 정유사들은 재생에너지, 녹색 에너지, 탄소 포획 등의 기술로 지속가능성 약속을 과장 홍보했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실제 기여도는 낮았다. 

로얄더치셸은 2020년 ‘재생 에너지 솔루션’을 발표해 "풍력, 태양광, 전기차 충전, 수소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객에게 더 많은 재생 가능 및 저탄소 에너지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셸은 이 이니셔티브에 회사 전체 자본의 5%만 투자했다.  

로건 이사는 "4개 사를 포함한  많은 정유 및 가스 회사들이 탄소 포획을 탈탄소화 전략의 일부로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 면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탈탄소화를 강조하는 외부 캠페인을 펼쳤지만 기업들은 화석 연료 생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에는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목표 선언보다 기후 목표의 세부사항에 집중해야

로건 이사는 기업들은 기후 목표를 선언하는 것에 나아가 '목표의 세부사항'에 집중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4개사별 기후 목표의 어떤 부분이 문제점이 있는지도 함께 제시했다. 이들 기업들은 절대 배출량보다는 배출 강도 감축에만 전념해 단기적으로 탄소를 거의 감축하지 않았다.

BP는 향후 10년 동안 석유생산을의 절대 배출량을 40%까지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목표에는 총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 통합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의 20% 지분은 제외됐다. 최근 세레스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BP는 화석연료를 지속적으로 추출ㆍ판매하며, 넷제로 목표에 업스트림 자산의 배출량 감축만 포함되었다.

로얄더치셸은 2030년까지 2016년 대비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간 목표에는 절대 배출량이 아닌 배출 강도 감축에 대한 약속만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셰브론은 최근 공급망의 온실가스까지 포함한 스코프3(Scope3) 배출강도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대적으로 스코프 1과 2의 목표는 부족하다. 재생 에너지에 대한 소비자 중심의 캠페인과 최근 세계 석유 회의에서 "저탄소 미래 발전"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및 승인된 자산을 기준으로 석유 및 가스 연소로 인한 누적 배출량은 기후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엑손 모빌은 최근 넷제로 배출을 약속했지만 엑손 역시 단기적으로는 스코프 1과 2 감축만 다루고 업스트림 자산에만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프 3은 기업 전체 배출량의 83%를 차지한다.  로건 이사는 이에 대해 "치명적인 기후 목표를 누락한 것"이라며 "엑손은 여전히 기후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인들과 무역 협회들을 계속 지원하고 있어 기후 계획에 대한 야망과 신뢰도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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