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들이 자체 ESG 지수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LG가, 지난 9일에는 삼성이 자체 ESG 지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포스코건설과 신한금융그룹 또한 지난해 자체 ESG 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의 ESG 경영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LG그룹은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LG ESG 지수(index)’를 개발할 예정이다. LG그룹은 “그룹의 ESG 전략 의도와 성과를 투명하게 소통하고 지속 분석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각 영역의 지수를 개발하고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올해 내 ESG위원회 승인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LG그룹이 밝힌 ESG 지수는 기후행동지표(Climate Action Index), 물회복지표(Water Resilience Index), 인적자본지표(Human Capital Index), 다양성·형평성·포용성지표(DE&I Index), 안전지표(Safety Index) 5개다.

예를 들어 기후행동지표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률과 목표대비 이행률, 신재생에너지 전환율 등을 합산해 평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지표 내 항목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국내외 평가기관에서 사용 중인 항목 2~3개와 특성화 항목 1~2개로 구성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준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각 항목에 따라 표준화·점수화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LG그룹만의 특징에 맞게 환경을 더 강화하고 지배구조 부문 지수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자체 성과 공시, 시범 운영을 거쳐 중장기적으로는 경영진 KPI에도 연계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LG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 공통 ‘ESG IT(정보기술)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ESG 관련 데이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기후변화 포털 구축에 이어 올해는 환경·사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 향후 그룹의 ESG 관련 데이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개발할 전망이다. 

국제 환경협의체인 TNFD(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태스크포스)와 같은 글로벌 ESG 관련 이니셔티브에 추가 가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ESG 경영 강화를 위해 ESG 관련 정책이나 규정을 신설·개정하고 ‘LG ESG 리포트’도 발간할 예정이다.

 

CDP 평가 A- → B 한단계 하락한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 특수성 고려 않는다"며 자체 ESG 지표 발표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DS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자체 친환경 평가 지표인 SEPI(Semiconductor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를 개발했다. 반도체에 한정된 환경 평가 지표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투자자의 반도체 기업을 향한 환경 경영 요구가 강해지고 있지만, 반도체 기업들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라면서 “MSCI, CDP 등 국내외 여러 평가기관이 다른 평가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면서도 반도체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맞춤 환경 경영 지표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SEPI의 5가지 원칙은 ▲경영시스템에서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 이르기까지 환경경영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친환경 성과를 평가하고 ▲탄소배출, 공업용수, 폐기물, 화학물질 등 주요 환경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 개발의 진척도 등 청정기술에 대한 반도체 산업의 기여도를 평가하고 ▲기술 수준 및 PFC(과불화탄소) 방출을 처리하는 반도체 특성을 반영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업보고서 등 공개 데이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를 바탕으로 공개 연차보고서 및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SEPI는 크게 ▲반도체 친환경 기여(40%) ▲협력회사 환경 관리(20%) ▲사업장 환경 성과(40%) ▲사용자 환경 편의(5%)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사용자 환경 편의는 가점 지표로 제품의 친환경 정보를 공개한 기업에 부여된다.

SEPI의 정량평가 예시/삼성전자
SEPI의 정량평가 예시/삼성전자

4가지 카테고리는 6대 항목, 32개 지표로 나뉘어 구체적인 평가가 진행된다. 21개의 정량 지표와 11개의 정성지표의 합산으로 등급을 매긴다. 

반도체 친환경 기여 카테고리는 ▲특허, 설비투자금액, 기술 발전 수준으로 구성된 클린테크에 관한 기여가 30% ▲거버넌스, 목표설정 및 성과, 위해성 및 위험관리로 구성된 환경 관리 시스템이 10% 반영된다. 

협력회사 환경 관리는 총 20%로, ▲환경관리정책, 환경경영평가제도, 환경관리 협력과 지원, 환경관리 현황에 의해 평가된다. 

40%를 차지하는 사업장 환경 성과는 ▲온실가스 총 배출량, 원래의 배출/개선(PFC에서 분리), 재생에너지 소비 등으로 구성된 온실가스·에너지가 24% ▲공업용수 사용량및 재활용률, 폐기물 생산량 및 재활용률, 화학관리로 구성된 순환경제가 16%를 차지한다.

5%를 차지하는 사용자 환경 편의 카테고리는 환경친화적 상품, 저전력·고성능 반도체, 배출가스 저감 수준으로 구성된다.

SEPI는 KPMG와 협력하여 개발됐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안병옥 호서대 교수,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전형석 UL코리아 매니저, 김정남 삼정KPMG 상무로 구성된 SEPI 검토위원회도 설립했다.

LG그룹 사례와는 다르게, 삼성전자는 SEPI를 반도체 업계의 기준점으로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향후 SEPI가 고객사 친환경 부품 선택 기준이자 투자자의 기업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업계가 SEPI를 활용해 환경 경영을 확대하고 친환경에 기반한 성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CDP 평가 체계/한국 CDP 위원회 
CDP 평가 체계/한국 CDP 위원회 

다만, 삼성그룹이 SEPI를 밝히며 CDP를 콕 집은 이유는 올해 삼성전자가 ESG 평가기관인 탄소배출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서 하락된 등급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등급에서 한단계 떨어진 B등급을 받았다. B등급권은 매니지먼트(Management) 레벨로, 리더십(Leadership) 등급인 A등급과는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가 특히 반도체 부분에서 새로운 ESG 등급 지표를 제시한 이유는 DS 부문의 탄소 배출 상승과 관련이 있다. CDP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직접 탄소배출량(Scope 1)은 572만6300톤으로 전년인 2019년 506만7000톤과 비교해 약 66만톤 증가했다. 간접 탄소배출량(Scope 2)은 1185만2400톤으로 2019년보다 1099만8000톤보다 85만톤 늘어났다.

DS 부문의 탄소배출량 증가가 원인이었다. 최근 6년간 DS 부문 직접 탄소배출량과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급격히 상승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216만3000톤(88.4%)→223만6000톤(87.5%)→331만5000톤(90.3%)→451만9000톤(93.0%)→476만6000톤(94.0%)→544만8000톤(95.1%)로 커진 바 있다.

 

협력사 ESG 관리 위해 자체 평가 지표 발표한 포스코건설

'2050년 자산 탄소중립' 목표한 신한금융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2월부터 기업신용평가사인 이크레더블과 함께 협력업체 ESG 평가를 위해 건설사 고유 특성에 맞춘 자체 ESG 평가지표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포스코건설의 자체 ESG 평가 지표는 총 50개 평가항목으로 구성됐다. ▲친환경 자재구매 ▲온실가스 배출 ▲환경법규 위반 등 환경 부분 10개 항목과 ▲중대재해 여부 ▲안전시스템 ▲근로조건 준수 등 사회 부분 30개 항목, ▲지배구조 ▲채무불이행 ▲회계투명성 등 지배구조 부분 10개 항목이다.

지난해 8월말까지 우수협력사를 대상으로 시험 평가를 시행하고 협력사들의 피드백과 VOC(고객의 소리)를 받아 올해까지 약 700여개 협력사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신한금융그룹이 자체 ESG 지표를 만들고 있다. 신한금융은 "정량화된 ESG 경영 지표로 기업을 평가해 대출과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기존 은행에서 쓰던 ESG 체크리스크 문항들을 구체화한 뒤 모건스탠리 등 해외기관이 공시한 ESG 평가기준과 결과도 참고해 자체 평가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융기관이 기업의 ESG를 평가할 땐 민간기관들의 지표를 활용해왔으나 세부평가항목을 알 수 없고, 기준도 모호해 기관마다 평가가 들쑥날쑥하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신한금융의 ESG 지표에서는 환경에 해당하는 기후변화 관리가 강화되는데,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을 비상장회사까지 확대해 측정하기로 했다. 탄소배출이 적은 기업이 자금조달도 쉽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통해 투자하거나 대출해주는 자산의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SSERI로 지속가능성 점검

임원 인센티브에도 지속가능성 성과 반영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6년 동안 자체 ESG 지수인 SSERI(Schneider Sustainability External and Relative Index)를 통해 ESG 경영을 관리해왔다. SSERI는 임원들의 장기 인센티브와 연관돼 사용된다. 서로 다른 지속가능성 요소를 보완할 수 있는 가장 까다로운 외부지수인 ▲DJSI World ▲Euronext Vigeo ▲Ecovadis ▲CDP 자료를 사용한다.

SSERI는 임원의 장기 성과 인센티브에 25% 반영된다/슈나이더 일렉트릭 Universal Registration Document 2020 
SSERI는 임원의 장기 성과 인센티브에 25% 반영된다/슈나이더 일렉트릭 Universal Registration Document 2020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그룹의 장기 지속가능성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외부 지수들을 조합해 광범위하면서도 서로 겹치지 않는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며 “외부 지수를 사용하면 이해관계자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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