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TSMC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ESG 이니셔티브에 연간 매출의 최대 2%를 지출할 계획이다. 또 대만기후연맹을 만들어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공동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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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수석 부사장이자 ESG 위원회 의장인 로라 호는 “장기적으로 매년 평균 매출의 약 1~2%를 ESG에 투자하겠다”며 “대응이 늦어진다면 오히려 매출의 5%를 탄소세로 내야할지도 모른다. 탄소세에 비해선 저렴한 가격”이라고 투자 결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TSMC의 매출액은 568억2000만달러(70조원)로, 연간 ESG 예산으로 약 11억3000만달러(1조3000억원) 가량을 지출하는 셈이다. 

TSMC가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다국적 기업 및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면서다. TSMC의 최대 고객인 애플과 페이스북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고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부터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다국적 기업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만 개의 공급업체들에게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감축 노력 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중단하기도 했다.

호 부사장은 TSMC의 탄소 배출량이 2025년에 정점을 찍고 2030년까지 2020년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0년 TSMC의 탄소배출량은 약 1000만톤으로, 이는 1180만톤을 배출한 타이베이 시 하나가 배출한 양과 맞먹는다.

 

재생에너지 확보가 최우선 과제...

기업 연맹 만들어 공동 대응하기로

TSMC의 탄소 배출 비율도 공개했다. 14%는 생산과 제조에서, 62%는 전기 사용에서, 24%는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2021년 25%에서 2030년까지 40%로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 기업으로는 최초로 지난해 RE100에 가입했다. 

탄소감축을 위해 지난해 1.2GW 상당인 90만개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기도 했다. 2025년 가동 예정인 대만 중부 청화시에 위치한 오르스테드 풍력발전소에서 20년간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단일 회사 단위에서 맺은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재생에너지 사용은 TSMC 탄소 감축 수단 중 가장 중요하다. 기술 발전으로 고성능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가령 극자외선 리소그래피(EUV) 기술은 이전 기술보다 10배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고품질의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 전력 사용량은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집단 이니셔티브도 시작했다. 현지 IT 기업 7곳과 손잡고 대만 기후연맹을 만들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압박을 하겠다는 의도다. 다국적 기업의 압박에도 공동대응한다. TSMC는 “기업 영향력을 활용해 대만 전체 반도체 및 IT 가치사슬이 글로벌 저탄소 움직임과 보폭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TSMC와 디스플레이 업체 아우오, 전력변환장치 업체 델타일렉트로닉스, 전자제품 업체 에이수스, 노트북 제조업체 에이서, LED 업체 라이온테크, 위탁생산업체 페가트론, 대만마이크로소프트 등 8곳 기업이 참여한다. TSMC, 아우오, 델타일렉트로닉스, 페가트론 등 4곳 기업은 애플의 공급업체다.

2020년 7월 애플이 2030년까지 전 세계 공급망에서 탄소중립 10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TSMC를 포함한 애플 제품 생산에 참여하는 17개국 71개 업체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만 내 애플 공급업체와 연합을 만들어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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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기후연맹은 먼저 각 기업 탄소배출 데이터의 정확도와 투명도를 높이고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와 기간을 정하기로 했다. 스마트 제조, 스마트 건축물 등 과학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저탄소 제조 규모도 확대한다.

지난 2월 대만정부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았으며 오는 7월 첫 공식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앞으로 10여 곳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내 부품 조달률 높이겠다

탄소 줄이는 '리쇼어링' 추진

TSMC가 밝힌 탄소 감축 계획. 간접 재료의 60%를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목표는 이뤘으며, 반도체 구성 요소는 44.8%만 조달해 목표인 50%를 달성하지 못했다. TSMC는 각 분야마다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세우고, 공표했다./2020 TSMC CSR 리포트
TSMC가 밝힌 탄소 감축 계획. 간접 재료의 60%를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목표는 이뤘으며, 반도체 구성 요소는 44.8%만 조달해 목표인 50%를 달성하지 못했다. TSMC는 각 분야마다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세우고, 공표했다./2020 TSMC CSR 리포트

공급망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리쇼어링도 추진 중이다.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대부분 물류 운송에서 비롯된다. 이를 감축하기 위해 현지에서 조달하는 부품, 재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TSMC는 “이미 현지에서 생산되는 부품 조달량을 늘렸으며, 외국 원자재 공급업체가 생산기지를 대만에 설립하는 것을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 공개된 ESG 보고서에 따르면 TSMC는 간접 재료의 60%와 반도체 구성 요소의 45%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SMC의 순환경제 이행 계획. 제로 웨이스트 제조 공장을 통해 폐기물 자원을 전자 등급 또는 산업 등급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2020 TSMC CSR 리포트
TSMC의 순환경제 이행 계획. 제로 웨이스트 제조 공장을 통해 폐기물 자원을 전자 등급 또는 산업 등급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2020 TSMC CSR 리포트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2023년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제조 공장을 가동하겠다고도 밝혔다. 폐기물 생산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제어 시스템을 넘어 순환경제 모델의 일환으로 폐기물을 재가공해 새로운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대만 남부와 북부에 추가로 제로 웨이스트 제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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