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화석연료 기업 5곳이 유럽 정부에 탄소 사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기후소송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 픽사베이
유럽의 화석연료 기업 5곳이 유럽 정부에 탄소 사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기후소송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 픽사베이

 

유럽 정부의 탈화석연료 정책으로 손해를 입게 된 5개 에너지기업이 네덜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 4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독일의 에너지 대기업인 RWE와 우니퍼(Uniper), 영국의 록호퍼(Rockhopper) 등 에너지ㆍ탐사기업들은 유럽의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이하 ECT)'을 근거로 소송을 냈다. 각국 정부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방해했다며 37억유로(약 5조원) 가량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정부의 탈석탄 정책, 기업들의 손실 보상의 책임 떠안을 수도

5개의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따른 유럽 정부들의 ▲석탄 발전소 폐쇄 ▲고탄소 배출 프로젝트 금지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등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원전 및 천연가스 공급회사인 RWE는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14억유로(약 1조9175억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네덜란드 정부가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하자, 2015년 가동을 시작한 RWE 발전소가 조기에 폐쇄해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RWE측은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네덜란드의 탈석탄 정책이 회사의 손실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독일 화석연료 기업인 우니퍼 또한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2015년 지어진 우니퍼의 석탄발전소가 2030년까지 15년만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니퍼측은 “적절한 보상 없이 석탄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것에 대해 법적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석유 기업인 록호퍼는 이탈리아 정부가 아드리아해(Adriatic Sea) 12해리(약 22km) 내에서 원유나 천연가스를 금지함으로써, '옴브리나 마레(Ombrina Mare)' 유전 개발이 막히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록호퍼는 아직 공식적인 언급은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투자자들과 기업이 요구하는 손해에 대한 몫의 대가는 미래 손실 추정액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그 금액 또한 많게는 수십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록호퍼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이탈리아 측 변호를 맡은 변호사 중 한 명은 “유럽 정부가 패소할 경우, 모든 회사가 이를 모방할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이번 사건의 승패가 기후 소송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이다. 

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투자자)-국가 분쟁의 대부분은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결정되었다”는 결과가 있어 정부 측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에너지 헌장조약(ECT) 사건은 별도의 공개 없이 기밀로 유지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점 또한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FT가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5개 기업에서 요구한 보상금은 37억유로(약 5조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 헌장조약(ECT), 기후변화 대응에 방해

에너지 헌장조약(ECT)은 1990년대에 냉전 시대 종결 이후 외국 기업과 개인의 국제 에너지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어 약 50개국이 서명한 국제 조약이다. 조약의 보호 범위는 화석 연료 프로젝트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에너지 기업들은 손해배상 청구의 핵심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후 변화 전문가들은 "조약이 가져올 법적 조치의 위험성이 지구 온난화의 배후에 있는 산업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선 에너지 전환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위해 ECT를 현대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화석연료 투자에 대한 ECT 보호조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제안을 제출했지만, 일부 국가들이 조항에 동의하지 않아 현재 보류 중이다. 심지어 ECT에서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조약의 ‘일몰 조항’에 따라 20년 동안 묶여 있어 법적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돼 있다.  

폴란드를 포함하여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EU 회원국들에게 에너지 전환을 위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ECT에서 탈퇴하도록 EU 집행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 미하우 쿠르티카(Michał Kurtyka) 폴란드 기후환경부 장관은 2021년 프란스 팀메르만스(Frans Timmermans) EU 기후정책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EU는 ECT 탈퇴 가능성을 위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에너지 전환에 따라 고탄소 산업이 좌초되는 수순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를 구제하는 행위는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정부가 자유롭게 시장에 탄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ECT를 재고하고, 탄소 자산은 좌초된 채로 남겨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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