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산업이 친(親) ESG인지 반(反) ESG인지를 두고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한스 크리스토프 아츠포딘(Hans Christoph Atzpodien) 독일 방산업체 BDSV CEO는 28일 블룸버그 통신에 “방위산업을 ESG택소노미가 규정하는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산업으로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츠포딘 CEO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강력한 국방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8일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최종 보고서가 발간된 후, 이런 발언을 했다.
안체 슈니바이스(Antje Schneeweiß) 독일 교회 투자 그룹 AKI(Arbeitskreis Kirchliche Investoren)의 CEO는 “소셜 택소노미에 따르면, 군비는 ‘소셜(Social)’로 분류될 수 없다”며 방산업계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슈니바이스 CEO는 소셜 택소노미 최종 보고서를 발간한 EU집행위원회 산하의 지속가능금융 플랫폼(PSF, Platform on Sustainable Finance) 하위그룹 4에 보고관으로 참여했다.
방위산업은 親ESG…군비는 전쟁을 막는다
방위 산업계는 군비를 ESG 자산으로 인정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국방력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스 크리스토프 아츠포딘 CEO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국방력을 갖추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봤으므로, 군비를 ESG택소노미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행위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지난 28일에 소셜 택소노미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소셜 택소노미는 ESG의 S(Social)에 해당하는 행위와 활동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분류 체계다. 쉽게 말해, 그린 택소노미의 소셜 버전이다. 소셜 택소노미는 기업의 행동이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지나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는지를 판별한다.
아르민 파페르게르(Armin Papperger)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AG(Rheinmetall)의 최고 경영자는 방산업계의 자산 조달 문제에 대해 우려 섞인 의견을 냈다. 파페르게르 최고 경영자는 지난 1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행인 LBBW와 바이에른LB가 ESG 우려로 신용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EU에서도 방산업체의 의견을 긍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U 집행위는 지난 15일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서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이니셔티브들은 유럽 방위산업이 금융과 투자에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 EU의 노력에 부합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는 4억 6000만유로(6010억원)의 군비 원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 발생 이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 23일 독일 의회 연설에서 1000억 유로(133조 6670억 원)의 특별 방위금을 마련해서,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방위산업은 反ESG …군비는 ‘소셜’로 인정받을 근거 없다
슈니바이스 CEO는 방산업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28일 해외 미디어 RI와의 인터뷰에서 소셜 택소노미가 유엔의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GPs), UN SDGs와 같은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규범, 원칙, 목표에 근거하므로, 이에 부합하는 행위만 ‘소셜’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협약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목표와 지표를 지닌 인권을 증진하는 행동에 대한 투자만 ‘소셜’이라고 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슈니바이스 CEO는 “소셜 택소노미에 따르면, 군비는 소셜로 분류될 수 없다”며 “어떠한 국제 협약도 군비를 소셜로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의 사용자는 특정하기가 어려우므로, 군비를 소셜로 인정하면 EU도 무기 사용 측면에서 북한이나 러시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안체 슈니바이스 CEO는 소셜 택소노미의 군비와 관련된 제한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소셜 택소노미는 “소년병이 쉽게 사용할 수 있거나, 분쟁지역에 수출될 가능성이 높은 군비에 대한 투자는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자동화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사회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슈니바이스 CEO는 “이 규정은 해당 무기를 누가 사용하는지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슈니바이스 CEO는 “해당 정의가 규정하는 규제는 명확성이 떨어지므로, 금지 무기에 대해 세부적이고 명확한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정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RI는 보고서를 작성한 PSF 하위그룹 보고관으로서 슈니바이스의 견해에 영향력은 있지만, EU집행위원회가 하위그룹의 권고에 따를 필요는 없으므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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