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글로벌 보험회사인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인수 및 투자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G의 넷제로 포트폴리오 선언은 보험사들의 ESG 경영 흐름에 따른 전사적 대응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의 움직임은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알리안츠(Allianz SE)와 악사(Axa SA) 등 20곳 이상의 글로벌 보험사들은 지난해 2050년까지 보험 및 재보험 포트폴리오에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넷제로 보험 연합'(Net-Zero Insurance Alliance, 이하 NZIA)을 결성했다. NZIA는 약 450개의 기업이 참여하여 총 130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 연합(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의 일부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각 기업의 계획을 공유하는 공론장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신한 라이프’가 국내 보험사 최초로 가입한 바 있다.
한편 AIG는 상대적으로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ESG 경영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환경 비영리 단체인 셰어 액션(Share Actio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G는 네이션 와이드 뮤추얼 보험(Nationwide Mutual Insurance Co), 젠워스 파이낸셜(Genworth Financial Inc)과 함께 최악의 ESG를 갖춘 보험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AIG는 ESG 경영을 실천하는 움직임으로 넷제로 포트폴리오 선언을 택했다. 피터 자피나 AIG 최고경영자는 지난 26일 성명에서 “AIG는 기후변화의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데이터는 모호하지 않으며 AIG가 지속가능성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장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의 넷제로 연합, EU 독점금지법의 위반 리스크에 직면
반면, 그들의 ESG 경영에 제동을 거는 위험으로 EU의 ‘독점금지법’이 떠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넷제로 포트폴리오 이행을 위해 대규모 보험사들이 협력하는 형태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의 제보자는 “NZIA의 핵심 참여자들인 악사 SA(AXA SA), 알리안츠 SE(Allianz SE)는 ‘독점금지법’ 위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협력 범위를 의도적으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글로벌 법무 회사 노턴 로즈 풀브라이트(Norton Rose Fulbright)의 변호사들은 보험회사들이 특정 산업에 대해 함께 행동할 경우 경쟁금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들의 조언에 따라 석탄보험 탈퇴를 NZIA 가입 조건에 포함시키자는 내부 제안 또한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글로벌 대형 로펌 클리어리 고틀립 스틴 앤 해밀턴(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 LLP)의 파트너 변호사인 모리츠 돌만스(Maurits Dolmans)는 “2050년까지 넷제로라는 공동의 목표가 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따라서 경쟁법상 문제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넷제로 실천에 대해서는 독점금지법에서 면제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 경제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지난 7월 경쟁감시단에 경쟁과 소비자법이 '영국의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제약하거나 좌절시키는지'에 대한 확인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EU와 영국 당국은 이 같은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밝혔다.
유엔환경계획의 지속가능보험원칙 이니셔티브(Principles for Sustainable Insurance Initiative) 총책임자인 부치 파카니(Butch Bacani)는 이 문제에 대해 “기후 과학이 화석 연료에 대한 긴급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장애물에 직면하게 되어 실망스럽다”며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기존 법이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카니는 “보험사들이 넷제로를 실천하는 가운데 불의의 이유로 독점금지법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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