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트위터에 동영상을 하나 올렸다. "무지방 우유의 함유량 표시를 보면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듯이, 펀드에 '친환경' 혹은 '지속가능'이란 이름을 추가할 때 이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게리 겐슬러가 어떤 의도로 이같은 트위터를 올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제는 되고 있다. 왜냐 하면 지난 1년간 지연됐던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변화 정보공개 법안 제정을 두고 9일 투표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 언더아머 등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얼마나 비용이 올랐는지 공개하기에 나섰다.
메타, 언더아머 , SEC 서한에 답해
지난 9월 , 미 SEC는 농업, 석유, 가스, 은행, 부동산, 운송 등 수십 개 기업들에게 서한을 보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기후변화가 실적이나 사업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위험 요인, 재무 상태에 대한 경영진의 논의 및 분석, 재난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2022년 2월, 기업들은 기후 변화와 날씨 변화로 인해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답변을 SEC에 내놓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Meta Platforms Inc.)은 2021년에 미국 중부에 불어닥친 북극 한랭기단의 남하로 미국 일부 지역이 정전되면서 전기 비용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한파의 영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로 인해 미래에 에너지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류 제조업체 언더아머(Under Armour)는 홍수 및 재산 보장에 대한 보험 비용이 2021년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험회사와 중개자는 자연 재해의 증가가 보험료가 오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투자 기업인 찰스슈왑(Charles Schwab)도 답변을 내놓았다. 찰스 슈왑의 CFO 피터 크로포드( Peter Crawford)는 11월 15일 서신을 통해 “찰스 슈왑이 운영하는 상품은 기후로 인해 훼손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제품이 해당 제품을 관리하는 제3자에 의해 잘못 표시될 경우 회사가 기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의 답변, SEC 기후 변화 공시에 영향 미칠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견서와 응답이 SEC가 채택하는 기후 변화 공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로펌 레이텀앤왓킨스(Latham & Watkins)의 파트너이자 글로벌 ESG 부서 공동대표인 베티 휴버(Betty Huber)는 “SEC의 기후 조사로 인해 기업들이 특정 정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됐다”라며 "SEC의 획기적인 기후 공시 제안서에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askforce for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가 수립한 공시 프레임워크의 요소가 포함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SEC는 가능한 한 많은 정량적 자료와 결론적 진술 지원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SEC, 3월 9일 기후 공개 규정에 대한 투표할 예정
SEC의 의장 개리 갠슬러(Gary Gensler)는 평소 상장기업의 정보 공개를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지표, 기후 변화의 재무적 영향, 기후 관련 목표 진척사항 등의 양적 공시와 동시에 기업 최고 경영진부터 기후 리스크 관리에 따른 질적 공시, 공급망까지 넓히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기후 리스크 정보 공개 규칙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개리 겐슬러, 캐롤라인 크렌쇼(Caroline Crenshaw), 앨리슨 리(Allison Lee) 등 SEC 위원들 사이에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 포함 여부와 기후 변화의 중요성을 놓고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법안 제정이 지연되어왔다.
SEC는 빠르면 3월 9일에 기후 공개 규정에 대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투표를 통해 기후변화 정보공개 법안 마련에 진전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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