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올해부터 신규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신청을 거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위스리 지속가능보고서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올해부터 신규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신청을 거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위스리 지속가능보고서 

세계 2위 재보험사(reinsurer) 스위스리(Swiss Re)가 올해부터 신규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가입을 허용치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위스리는 이 같은 계획을 17일(현지시간) 공개한 2021 지속가능보고서에서 밝혔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글로벌 기업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전세계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스위스리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50 넷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지구 기온을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글로벌 공동 목표를 달성하려면 유전과 가스전을 더 이상 새롭게 개발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글로벌 공동목표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스위스리는 신규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보험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석유화학업체 대부분은 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손해 부담을 완화하기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위스리의 이 같은 결정은 석유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스위스리 계획에 따르면, 2022년부터는 신규 유전 사업에 재보험 또는 직접 투자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기준 또는 SBTi 수준과 동등한 제3자 평가에서 탄소배출량 제로(0)에 부합되는 화석연료 프로젝트는 제외된다.

또, 스위스리 보험 및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SBTi 기준(또는 유사한 제3자 평가)에 부합한 2050년 탄소중립 계획 이행 기업만 단계적으로 담길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석유화학 부문 보험료 포트폴리오의 50%는 '2050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해 이행하는 기업들로 구성하고, 2030년까지는 10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스위스리는 2022년 말까지 노르웨이 생산업체를 제외하고 석유 생산량의 10% 이상을 북극에서 채굴하는 기업의 보험 신청도 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르웨이 생산업체를 면제시킨 이유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년전부터 새 유전개발에 360억 유로(48조3000억원)를 투자한 노르웨이가 이미 북극해를 대상으로 상당수의 시추 면허를 발급받은 것과 동시에 노르웨이 기업들이 정부 정책과 엄격한 환경 기준에 따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북극에서 석유를 채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이 같은 계획을 토대로, 2023년까지 스위스리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재보험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글로벌 환경연합인 인슈어 아워 퓨처(Insure Our Future)의 피터 보스하드(Peter Bosshard) 책임 운동가는 “세계 최고의 리스크 관리자 중 하나가 쏘아 올린 중요한 신호”라며 “과학 기반에 따라 석유 및 가스 운영을 기업들이 단계적으로 중단하지 않으면 10년 내에 보험에 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스위스리 계획을 환영했다. 또 그는 “글로벌 재보험 시장의 26%를 차지하는 뮌헨리(Munich Re), 로이드(Lloyd's), 스코르(SCOR)가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더 큰 조치를 취해야한다”면서 스위스리보다 적극적인 방안 강구을 촉구했다.

한편 환경단체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루시 핀슨(Lucie Pinson) 이사는 “스위스리 정책은 아직 완벽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동종업계가 1.5도 시나리오에 일치하는 현실적인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IEA가 넷제로 로드맵에서 제시한대로 재보험사 화석연료 부문 확장의 한계선(red line)을 설정하여 2025년 기준으로 그 선을 넘는 사업과 기업 모두를 보험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국민연금, 석탄매출  비중 30-50% 이상 기업 투자 제한할 것으로 예측

한편,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석탄 투자의 큰 손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5월 선언한 ‘탈석탄’ 후속 조치로 투자를 제한할 석탄 기업의 선정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세부 밑그림이 17일 공개됐다.

국민연금의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안진은 17일 개최된 국민연금의 석탄채굴·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의 범위 및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공청회에서 석탄매출 비중이 30~50% 이상인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그린본드(녹색채권) 발행 등 예외 기업을 적용해 보완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또,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벤치마크 기관으로 미국 캘퍼스(CalPERS), 캐나다 CPPI, 네덜란드 ABP, 일본 공적연기금(GPIF), 블랙록, 알리안츠, UBS 등 10곳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딜로이트안진은 국민연금의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제한 전략) 도출을 위해 ▲적용 범위 ▲정량적 지표 ▲정량적 지표의 강도 ▲정성적 기준 등 4가지 사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먼저, 투자제한의 적용 범위로 ▲석탄채굴 ▲석탄채굴·발전 ▲석탄 운송 및 장비 등이 검토됐지만, 해외사례와 현실적 장벽 등의 근거로 석탄 운송 및 장비 산업까지 투자제한을 적용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정량적 기준으로는 ▲매출액 ▲생산량·생산비중 ▲설비용량·설비비중 등이 제시됐다. 대다수 해외 투자기관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투자제한을 시행하고 있으며, 비중은 국가,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30~50%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이사는 “50% 이상 기준은 국민연금의 영향력, 국내 전력산업의 현황을 고려한 선택지이나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에 대한 비판이 일어날 수 있다”며 “30%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해 정성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정량적 기준을 보완하기위한 정성적 지표 두가지도 제시됐는데, ▲녹색채권 등 녹색금융상품에 대해서는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 ▲에너지 전환 계획을 명시한 기업에 대한 투자 허용 ▲지역에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 허용 등이다.

딜로이트안진은 오는 4월 연구용역 최종 발표회를 가질 방침이며, 이후 5월부터는 구체적인 석탄채굴·발전산업 투자제한전략의 시행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