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이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돈줄을 옥죄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각) 유명 금융기업들이 앞다투어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한 투자나 보험계약을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금융기관들의 '포트폴리오 배출에 대한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으로, 이제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는 2030년까지 석유, 석탄, 가스산업에 대한 금융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는 잠정적인 수치지만 2020~2021년 사이에 석유, 석탄, 가스에 대한 금융을 41%나 줄였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이러한 산업분야의 고객에게 약 3조2000억을 대출해 주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처음으로 화석연료 분야의 탄소배출에 대한 금융을 자세히 언급했는데, 크레디트 스위스가 지원한 화석연료 기업들이 2021년에 219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한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2019년 말부터 환경단체의 압력을 받아 석탄에 대한 정책을 수정하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매출의 25%이상이 석탄채굴과 석탄발전에서 발생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이러한 제한은 2021년 말 더욱 진전해서 매출의 5% 이상을 석탄활동이나 탄광개발에서 얻는 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을 정지했다. 그러나, 투자자와 기후활동가들은 크레디트 스위스에 더 많은 행동을 요구했고, 약 2968조원을 굴리는 투자자들이 최근 화석연료에 대한 자산을 줄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러한 압력을 넣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자산관리회사 아문디(Amundi)와 스위스 연금 펀드는 4월 29일에 연례 주주총회 때 기후 관련 결의안을 크레디트 스위스에 제출할 계획이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1년 임원에 대한 연봉 삭감을 했으며, 석탄 채굴 회사에 대한 잠재적인 지원을 2021년 말까지 38%(약 79조원)로 줄였다. 또한, 2020년부터는 석유와 가스 회사에 대한 잠재적인 대출의 25%(약 12조원)를 줄였다고 한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2년 말에 관련 분야와 목표치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스위스에서 가장 큰 은행인 UBS도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UBS는 화석연료 배출에 대한 금융을 2030년까지 3분의 2 이상 삭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UBS는 "석유와 가스 분야에서 2020년 378만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던 것을 2030년까지 71% 줄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러한 삭감은 경쟁사보다 더 과감한 것이다.
UBS는 자신들의 목표는 절대적인 배출의 감축이어서 경쟁사의 유연한 목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경쟁사의 목표는 석유나 가스 생산량을 배출과 연결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UBS는 감축하는 대상에서 석탄은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석탄은 UBS에서 미미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UBS의 대출규모는 2021년에 8659억 원으로 떨어졌다. 탄소와 관련된 대출은 UBS의 전체 대출의 9.9%(약 56조원)를 차지한다.
UBS는 또한 발전회사와 가정과 상업용 부동산 회사에 대한 대출을 줄이려고 한다. 화석연료와 함께 이러한 분야도 상당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의 다국적 은행인 HSBC는 올 2월 "2030년까지 석유와 가스산업에 대한 대출을 34% 삭감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시티그룹(Citigroup)은 올 1월 "HSBC처럼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 대한 금융을 29%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외에도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JP모건(JP Morgan),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은행(NatWest),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도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축소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은행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단기적인 감축을 구체적으로 제공하라고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산업에 대해서 대출을 줄이는 금융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맙프리(Mapfre)처럼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 산업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맙프리(Mapfre)는 석유, 가스, 석탄 생산자들이 경쟁회사들처럼 화석연료에서 전환하지 않으면 투자나 보험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회사로서 우리는 고객들이 점진적으로 환경오염을 덜 일으키는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고 맙프리 최고경영자 안토니오 웨르타스(Antonio Huertas)가 주주들에게 말했다.
맙프리는 보험이 만료될 때까지는 계약을 이행할 것이고, 계약의 갱신은 화석연료 회사들의 전환계획과 연동해서 갱신할 것이라고 대변인이 말했다.
맙프리는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와도 보험계약을 맺고 있는데, 페멕스는 원유생산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더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지고 있다. 페멕스와 맙프리의 계약은 내년에 만료된다.
맙프리는 프랑스의 악사(AXA)와 재보험회사인 독일의 하노버 리(Hannover Re)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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