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통부 장관 그랜트 샵스(Grant Shapps)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이하 SAF)만을 사용해서 2023년 말 여객기로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하겠다"고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원래 이 계획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미 2020년에 발표한 계획이다. 그 당시에는 2025년쯤 실현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에 비행을 2년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샵스 장관은 항공사, 연료생산자, 항공기 또는 엔진 제조업체, 연료 공급자가 이 계획에 참여할 예정인데, 최대 100만 파운드(약 16억원)이 테스트와 연구 및 인건비로 지원된다고 덧붙였다.
항공산업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2~3%를 차지한다. SAF는 항공산업을 탈탄소화할 수 있는 주요 방안으로 거론되는데, 폐식용유와 농업에서 배출하는 찌꺼기 등의 원료로 만들어진다. SAF생산업자들은 SAF가 기존의 항공연료보다 온실가스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현재 SAF를 최대 절반만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규제로 SAF의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영국정부는 SAF 사용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영국정부는 앞으로 3년간 SAF를 상용화하기 위해서 1억8000만 파운드(2827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영국이 하니까 호주도 도전
SAF의 완전 상용화에 나선 것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같은 영연방에 속하는 호주도 움직이고 있다. 호주 항공사 콴타스(Qantas)는 "이르면 2030년대 중반부터 혼합연료가 기존 연료를 대체해서 장거리 항공 여행을 탈탄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에 밝혔다.
콴타스의 SAF는 농작물 기반 바이오연료와는 다른 종류다. 공기에서 탄소를 추출하고 물에서 수소를 추출한 뒤 혼합해 합성 탄화수소 연료를 만드는 이른바 ‘전력 대 액체’(power-to=liquid) 기술을 활용한다. 농작물 기반 바이오 연료가 많아지면서 식량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같은 기술을 적용한다.
앤드루 파커(Andrew Parker) 콴타스의 지속가능성 최고 책임자는 "기존 기술로는 시드니에서 런던행 비행기에 수소연료전지나 배터리 셀을 싣고 탑승할 수 없다"면서 "수소 추진 항공기는 장거리 비행능력을 갖추지 못해, 단거리 항공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커는 새로운 에어버스 A350-1000기종을 포함한 재래식 제트 항공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SAF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SAF가 넷제로를 실현하는데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파커는 2030년대 중반까지 ‘전력 대 액체’ 연료가 화석 연료 기반 항공 연료와 바이오 연료를 대체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콴타스는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넷제로 목표를 채택한 항공사다. 이 회사는 SAF의 연구개발에 5000만 호주 달러(443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올해 영국과 캘리포니아에서 혼합된 SAF를 구매하기 위해 BP와 미국 재생에너지그룹 에메티스(Aemetis)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복병은 역시 비용
그러나 파크는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고 물에서 수소를 얻은 다음 이를 결합하여 연료를 만드는 과정은 에너지 집약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 산업 및 글로벌 투자자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 점은 영국에서도 동일하게 SAF의 단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19년 SAF의 비중은 전체 항공연료의 0.1%에 불과했으며, SAF의 생산비용이 화석연료의 두 배로 드러났다.
한편, 호주보다 먼저 넷제로 항공목표를 세운 영국에서는 무배출 대서양 횡단을 계획했던 2020년부터 전문가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2020년 영국 정부가 무배출 대서양 횡단비행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 추가 활주로를 건설하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환경연맹(AEF)의 정책실장 케이트 휴잇(Cait Hewitt)은 가디언에 활주로 확장 계획을 비판하면서 “이런 계획은 매년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배출할 것”이라며, “205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공항 확장을 철회하고 항공 수요의 제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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