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행정조치를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행정부에 촉구한 ‘기후 비상사태 선언’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이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법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맨친 의원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기후 법안이 의회의 지지 없이 행정명령으로만 이행되는 반쪽짜리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조치에는 기후 대응을 위한 자금 지원과 풍력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이 담겼다. 

 

국가비상상태 선언 없었다...필요한 행정력은 사용하겠다고 강조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메사추세츠주 서머싯을 방문하여, "기후변화는 비상 상태지만 공식 선언은 아직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조치를 완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와 세계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며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기후 위기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행정력을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메사추세츠주 서머싯을 방문하여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통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메사추세츠주 서머싯을 방문하여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통신

백악관은 조 맨친 의원과의 회담 후 바이든의 공격적인 기후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맨친 의원은 지난주에 상원의 부동표를 쥐고 있는 중도파로서 기후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맨친 의원의 반대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기후 법안이 올 여름내 통과할 가능성을 축소시켰다. 

민주당과 환경단체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비상사태 선언을 발표하도록 대통령에게 요구해왔다. 이 선언은 정부가 석유 및 가스 시추, 다른 화석 연료 계획을 중단하고 청정에너지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법적 권한을 발휘할 효력이 있다. 

상원의원 제프 머클리와 버니 샌더스는 20일 민주당 의원 7명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법(NEA,National Emergencies Act)에을 선포하고 배출 억제를 위한 규제와 행정조치를 사용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기후위기를 NEA하의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한다면, 더 나은 경제 재건을 위해 필요한 중대한 행동을 수행할 원동력을 얻을 것”이라며 “NEA에 따라 군사기지에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규모 청정 교통 솔루션을 구현하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기자들과 대담에서, “맨친 의원이 입장을 표명한 이후로 아직 새로운 대화를 나눈 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후 비상 상태 선언은 없었으나…해상풍력에 3조 원 지원

백악관은 이날 “주정부들이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냉방 센터를 짓는데,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을 통해 23억달러(약 3조77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새 지원안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해상 풍력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달 24일 미 동부해안에 있는 11개 주정부와 제휴해 해상 풍력 설비의 개발을 가속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픽사베이
바이든 행정부는 해상 풍력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달 24일 미 동부해안에 있는 11개 주정부와 제휴해 해상 풍력 설비의 개발을 가속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픽사베이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만 연안에 70만 에이커에 달하는 풍력 에너지 개발이 되는 지역을 식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개발은 미국의 주요 석유 및 가스산업 중심지에 청정에너지 산업을 확대하려는 복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전 대통령이 석유와 가스 개발을 금지한 대서양 연안에 해상 풍력 개발을 추진하도록 내무부에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무부는 사업이 실행될 멕시코만 연안의 텍사스주 갤버스턴과 루이지애나주 찰스 호수 지역 주민들에게 의견을 구할 계획이다. 미 행정부는 “프로젝트 개발이 완성되면, 30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행정부는 2030년까지 30기가와트의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는게 구체적인 목표이다. 

 

인센티브에 의존하던 SAF…기후정책 흔들리자, 업계 불안감 가중

로이터 통신은 한편, 미국의 기후법안이 위기를 겪으면서, 지속가능항공연료(SAF) 개발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연료생산업체는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에 바이오 디젤과 SAF 공급을 늘려왔다. SAF는 기존 항공 연료보다 2~5배 비싼데,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수익성을 보장하고 있다. 

기후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다면 SAF와 다른 저탄소 수송 연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이 실행됐겠지만, 법안이 위태롭자 SAF 생산업체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항공산업은 탄소중립을 위해 지속가능한 항공유 개발이 한창이다. /픽사베이
탄소배출량이 많은 항공산업은 탄소중립을 위해 지속가능한 항공유 개발이 한창이다. /픽사베이

폴 윈터스 청정연료연맹(Clean Fuels Alliance) 대변인은 “SAF와 도로 수송 연료를 생산하는 기업은 기후 법안에 의존하고 있다”며 “만약 이 정책이 사라지면, 업계는 SAF를 개발하기 위한 추진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더나은재건(BBB, Build Back Better)제안에는 SAF가 갤런당 1.25달러(1600원)에서 1.75달러(2300원)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백악관은 2030년까지 항공 배출량의 2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백악관은 이를 위해 2030년까지 SAF 생산을 연간 30억 갤런으로 늘리고, 2050년까지 350억 갤런에 달하는 항공 연료 수요를 100% 충족시키는 로드맵을 세웠다. 

로이터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SAF는 약 3300만 갤런에 불과하며, 이는 제트 연료 수요의 0.5%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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