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전기차에 ‘올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럽의 거대 연기금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주 수요일 열리는 도요타 주주총회에선 환경운동가 및 유럽의 연기금들과 전기차를 놓고 결전을 벌일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요타, "전기차 반대 아니라 속도조절"
도요타는 1997년 프리우스(Prius)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판하면서 그린 테크놀로지의 선구자로 올라섰다. 현재 세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가 선도하고 있다.
도요타가 전기차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기차로 급진적으로 전환하는 것에 비판적이라고 FT는 밝혔다. 도요타는 지난 12월에 전기차로 전환에 350억 달러(약 45조원)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연간 350만 대의 배터리 구동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를 30종이나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도요타는 지난해 9월 전고체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를 공개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산업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손꼽힌다.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한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 상태인 배터리를 말한다.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로 주목받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은 적고 주행거리는 길기 때문.
영국에서는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기술로 만든 차량의 판매가 금지되면 생산량의 80% 이상이 하이브리드인 영국 공장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영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 중 절반 이상이 2028년까지 완전히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미래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요타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시절 자동차의 연비 기준을 하향 조정하려고 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2025년까지 자동차의 연비를 1갤런(4ℓ)당 54.5마일(87.7㎞)달릴 수 있도록 국가 기준을 합의했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8월 연비 기준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해서 동결하겠다고 발표해서 논란이 됐다. 이 당시 현대와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10개 자동차 메이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했고, 혼다, 포드, 폭스바겐, BMW는 보다 엄격한 오바마 행정부의 연비 규정을 지지했었다.
도요타는 일본 내에서도 정부 방침에 의문을 제기
일본 내에서 자동차업계의 로비를 이끌고 있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지난해 일본정부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신차를 금지하기로 한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도요타의 이러한 로비 활동은 200억 달러(25조7060억원) 규모의 덴마크 펀드인 아카데미커펜션, 스웨덴 최대 연기금인 1200억 달러(154조원) 규모의 북유럽 자산운용사인 AP7, 지난해 현재 도요타 주식 3억 달러(3855억원)를 보유한 영국 국교회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아카데미커펜션의 최고투자책임자 안데르스 셸드(Anders Shelde)는 "도요타는 자동차 산업의 기후관련 규제에 맞서는 로비를 함으로써 자사의 가치있는 브랜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배터리 전기 자동차의 역할과 화석 연료 자동차의 단계적 폐지 일정과 관련해 대부분의 전문가 견해를 반대한다면, 그들의 입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파이낸셜타임즈에 의문을 제기했다.
도요타는 지난 20여 년간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 업계를 리드해왔기 때문에, 도요타는 올해까지 순수한 전기차를 단 한 대도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자동차 한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낮다.
수소 자동차에도 투자하고 있는 도요타는 에너지가 화석 연료로 공급되고 하이브리드가 전환기에 더 친환경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면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이 환경을 오히려 더 오염시킬 수 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도요타는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은 환경에 해롭다고 주장
그러나 환경단체와 녹색운동가 투자자들은 도요타가 전기자동차에서 위치를 바꿀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업계는 우회해서 돌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요타의 또 다른 투자자인 KLP의 책임투자 책임자인 키란 아지즈(Kiran Aziz)는 "도요타가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기후 로비를 계속한다면 그러한 접근법이 자동차 오염으로부터 벗어나는 불가피한 전환을 저해하기 때문에 주주들을 깨어나게 만들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에 말했다.
당초 아카데미커펜션은 도요타의 로비 활동 재검토를 위한 주주제안서를 주주총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마감일을 하루 넘겼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아카데미커펜션은 이 제안이 부결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도요타의 로비 활동 때문에 회사의 평판이 나빠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전기차 전환을 저해하는 공식 발표는 자제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기후정책 활동을 공개한 아시아 최초의 자동차 메이커가 됐지만 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파리협정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며 여전히 D등급을 매겼다.
도요타는 "우리는 국가 정책, 사회적 요구, 기술적 진보, 그리고 우리 고객의 요구가 가능한 한 같은 방향을 가리키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도요타는 주주들과의 대화를 통해 기후정책 참여에 관한 보고서를 계속 검토하며 매년 갱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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