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카 제조사는 어디일까? 각자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이탈리아의 페라리를 손꼽지 않을까 싶다. 페라리의 인기 모델은 거액의 웃돈을 주고 사려는 고객이 줄을 서고, 클래식 자동차 경매시장에서도 엄청난 고가에 낙찰된다.
다만, 페라리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12기통 엔진을 만드는 몇 안되는 회사이며, 대부분의 모델이 8기통 아니면 12기통 엔진을 얹고 있다. 최근에는 최초로 6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랬던 페라리가 최근 새로운 사업계획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의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을 밝혔다고 로이터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30년까지 매출의 80%가 전기차종에서 나올 것
존 엘칸(John Elkann)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량 모델이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80%까지 차지할 것"이라며 "배기가스가 없는 자동차로 전환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파트너들과 협력해서 더 유니크한 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존 엘칸 회장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항상 독특한 페라리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전기화는 보다 독특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데토 비냐(Benedetto Vigna) CEO는 투자비용 절감을 위해 운영체제 등 중요하지 않은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는 협력업체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스포츠카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페라리는 단순히 고성능 전기차에 투자하는 것을 뛰어넘어설 계획이다. 오늘날의 전기차 배터리는 내연기관 엔진을 단 스포츠카의 지속적인 파워를 따라갈 수 없다는 지적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페라리 측은 "페라리는 강력한 엔진의 굉음으로 부유층 고객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한다"며 "전기차로 바뀌더라도 페라리는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고객들과 투자자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속력이 상당한 수많은 전기차 사이에서 특출나게 뛰어날 수 있을지, 최저가 모델이 21만 유로(2억8521만원)부터 시작하는 페라리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5년 첫 번째 전기차 출시하지만 운영체제는 아웃소싱
한편, 비냐 CEO는 페라리가 2023~2026년 사이에 15개의 새로운 모델을 발표할 계획인데, 2025년 첫 번째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페라리는 순수 전기차가 2025년에는 판매량의 5%, 2030년에는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터와 엔진을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2021년 20%에서 2025년 55%로 상승한 후 2030년에는 40%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냐 CEO는 페라리가 이탈리아 마라넬로 공장의 새로운 조립라인에서 전기모터, 인버터, 배터리 모듈을 자체 개발하고, 비핵심 부품은 아웃소싱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라리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전기차용 운영체제를 개발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반면,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반대한다. 자동차 운전, 무선 업그레이드 관리 및 드라이버의 습관과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 운영체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냐 CEO는 투자자들에게 "저는 페라리 운영체제를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라리는 유럽 및 아시아의 4개 파트너와 배터리 부품에 대해 협력하여 차세대 고밀도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페라리는 2026년까지 44억 유로(5조9759억원)를 투자해서 그 해까지 25~27억 유로(3조3954억~3조6670억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페라리의 올해 목표는 16억5000만~17억 유로(2조2409억원~2조3089억원)로 조정됐다.
페라리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누적 현금흐름을 46억~49억 유로(6조2476억원~6조655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의 금융서비스 회사인 케플러 츄브뢰(Kepler Cheuvreux)의 분석가인 토마스 베송(Thomas Besson)은 페라리의 재정 전망에 대해 "명백한 호조 신호"라고 말했지만 경영진은 생산량에 대한 질문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베송은 "그러나 방향은 명확하다"면서 "전기화가 필요하지만 회사와 제품의 DNA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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