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포럼의 ‘플라스틱과 ESG 경영’ 세션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와 LG화학과 CJ제일제당의 사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구성됐다. 

특히,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와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패러다임 전환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꽃가루와 곤충을 이용한 솔루션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순환하는 플라스틱은 2%에 불과

이찬희 한국포장재공제조합 이사장은 ‘플라스틱과 ESG 경영’ 첫 발표에서 “산업혁명 이전에는 폐기물량이 적고 종류도 단순했으며, 거름이나 땔감으로 사용하는 재사용과 재활용이 많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산업 혁명 이후에는 플라스틱, 유리병, 고철 등 썩지 않는 폐기물이 많아졌고, 종류는 다양해졌으며 양도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찬희 이사장은 “플라스틱은 2020년 3억6700만톤의 플라스틱이 사용됐는데, 포장재로 40.5%, 건축물에 20.4%가 쓰였다”며 “플라스틱 폐기물은 포장재가 61%를 차지하여 일회성 제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이사장은 “플라스틱 폐기물은 70%가 매립 및 방치되고 있고, 재활용은 9%, 순환경제에서 의미가 있는 재활용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127개국이 중앙 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플라스틱 봉투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억제 대책을 시행하고 있고,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이나 부담금 제도, 재생원료 사용 의무 제도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희 이사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활용 용이성 평가와 평가 결과를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하고 있으며, 평가 등급은 재활용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으로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의 브랜드화...소비는 즐거움과 환경을 함께 추구해야

김병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를 인용하며,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반한다고 주장했다.

김병규 교수는 “소비자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소비재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경우 죄책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기업이 자사의 주력 상품에 재활용 원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비싼 재활용품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게 아니라,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여 환경에 관심이 없어도 본능적인 소비 욕구를 채우면서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초임계 열분해, CJ제일제당은 포장재 혁신으로 플라스틱 감축

김용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지속가능한 재활용(Sustainability Recycle) 전략팀장은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소개했다. 초임계 열분해는 고온과 고압의 수증기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해하는 기술이다.

김용 팀장은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9톤 중 8톤 이상의 재활용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며, 2톤은 가스로 만들어서 수증기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며 “기존의 열분해 기술과는 달리 열을 직접 가하지 않아 그을림이 없어서 공정을 멈추고 그을음을 제거할 필요가 없고 같은 재질의 플라스틱을 따로 골라내지 않아도 된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원천기술을 갖고 있던 무라 테크놀로지에 투자하여 2024년까지 초임계 열분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LG화학의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설명하는 김용 전략팀장/ⓒ임팩트온
LG화학의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설명하는 김용 전략팀장/ⓒ임팩트온

그레이스 김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장은 앞서 이찬희 이사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포장재 부분의 플라스틱 문제를 지적했다. 

그레이스 김 센터장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데, 폐기물 대부분이 일회용 포장재였고 그중 80%가 땅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폐기물의 4분의 3이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로 순환되는 플라스틱은 2%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 센터장은 “CJ가 기술, 커뮤니케이션, 협력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플라스틱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개발하고,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 교육을 제공하여 순환경제로 함께 나아가도록 이끌고 협력은 가치 사슬 내의 기업들과 역할을 달리하여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레이스 김 센터장은 CJ제일제당의 제품 중 플라스틱 뚜껑에서 편리성은 늘리고 플라스틱 양은 줄였다고 설명했다./ⓒ임팩트온
그레이스 김 센터장은 CJ제일제당의 제품 중 플라스틱 뚜껑에서 편리성은 늘리고 플라스틱 양은 줄였다고 설명했다./ⓒ임팩트온

CJ제일제당은 자사 제품인 ‘햇반’ 용기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햇반 용기는 열에 약해서 추출기에 들어가면 타는 냄새가 배어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은데, 이를 기술로 해결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김 센터장은 “‘스팸’에는 15년 정도 용기를 덮는 플라스틱 뚜껑이 있었는데, 선물 세트에서 먼저 제거하고 단일 제품에서도 뚜껑을 덮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레이스 김 센터장은 “CJ제일제당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아직 많은 파트너십을 맺지 못하고 있다”며 “가치사슬 내의 협력이 활성화 되도록 많은 제안을 부탁드린다”고 제안했다.

 

재활용(Recycle) 아닌 대체(Replace)...꽃가루로 플라스틱 만든다

조남준 교수는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차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형경제는 제품을 땅속의 자원을 채취(take)하여 제품을 생산(make)하고, 폐기(waste)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직선의 경제 형태를 말한다. 순환경제는 선형경제가 발생시키는 환경파괴의 고리를 재사용, 재가공, 재활용을 통해 끊어내는 형태를 말한다.

조남준 교수는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의미 있는 재활용률이 2% 밖에 되지 않으므로 재사용(Reuse), 재가공(Refurbishing), 재활용(Recycling)이 아니라 대체(Replace)하지 않으면 순환경제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이런 경제를 크로스 이코노미(Cross Economy)라는 개념이라고 명명했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10월에 연구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크로스 이코노미는 연구를 통해 신소재를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공정을 먼저 개발한 후에 상용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조남준 교수는 자연에 퍼져 있는 꽃가루를 활용한다면 나무를 베지 않고도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슬라이드에는 나무 한그루에서 나오는 꽃가루의 양을 보여주는 사진./ⓒ임팩트온
조남준 교수는 자연에 퍼져 있는 꽃가루를 활용한다면 나무를 베지 않고도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슬라이드에는 나무 한그루에서 나오는 꽃가루의 양을 보여주는 사진./ⓒ임팩트온

조남준 교수는 크로스 이코노미의 실제 사례로 꽃가루를 활용하여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꽃가루는 식품이므로 생분해가 되는 물질”이라며 “꽃가루가 바람과 벌을 타고 날아다니는데, 나무 하나가 22kg의 꽃가루를 입고 있고 미국 아이오와주 같은 곳에는 거대한 옥수수밭이 있는데 여기에도 엄청난 양의 꽃가루가 묻어있다”고 말했다.

조남준 교수는 “나무껍질로 아스피린을 만들고, 백신은 계란 등에서 추출한 인지질로 만든 것처럼 물질을 변환하면 차원이 바뀌고 차원이 바뀌면 산업이 바뀐다”며 “꽃가루를 변환해서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재료로 만든다면 차원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꽃가루로 물에 넣어도 젖지 않아서 프린트를 지우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종이와 물속에 있는 기름만 흡수하는 스펀지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조남준 교수는 “종이를 20회 이상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을 시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나방 애벌레 장에서 플라스틱 생분해 기술 개발

류충민 센터장은 벌집에 기생하는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현상을 포착해, 플라스틱 생분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류충민 센터장은 “2019년도에 실험실에서 이 애벌레를 플라스틱 봉지에 넣어놨는데 자꾸 탈출하는 것을 발견하고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발표했다.

류충민 센터장은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고 분해하여 배출한 물질을 살펴보면 에스터레이즈와 팔미트산이 있었는데, 에스터레이즈는 분자를 자르는 가위 역할을 하고 팔미트산은 산소를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배출 물질에 왜 저 물질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류충민 센터장은 연구원들이 실험용 쥐를 만지기 꺼려해서, 애벌레를 대신 도입했다가 이와 같은 발견을 했다고 설명했다./ⓒ임팩트온
류충민 센터장은 연구원들이 실험용 쥐를 만지기 꺼려해서, 애벌레를 대신 도입했다가 이와 같은 발견을 했다고 설명했다./ⓒ임팩트온

센터장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에틸렌은 탄소와 수소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분해되기 어렵다. 폴리에틸렌은 산소가 들어있는 물이 있어야 분해되는데, 젖지 않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분해될 수 없다. 에스터레이즈는 자연에 흔하게 있는 물질인데, 에스터레이즈가 폴리에틸렌을 분해할 수 있다면 모든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생분해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류 센터장은 “pH10 상태에서 산소를 붙이는 역할을 하는 P450이라는 효소를 찾았고 이 효소를 많이 생산해서 플라스틱을 생분해하는 기술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을 소화할 수 있는 애벌레는 2주밖에 그 기간이 되지 않으므로 경제성이 없어서 장 추출액과 인공 장을 만들어서 폴리에틸렌을 생분해하는데 성공했다”며 “앞으로 이를 대량 생산해서 식물 비료와 같은 곳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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