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변화 협정 이후 기후변화 대응의 책임은 선진국을 넘어 모든 국가의 것이 됐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제 성장과 함께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3위 교역국인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은 최근 탈석탄화를 위해 최소 110억 달러(약 18조원)의 기후 금융 기금을 지원받고, 2050년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만드는 등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경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려대학교 그린스쿨과 IEEN(International Energy Expert Network)이 주최하는 '2022년 그린 에너지&모빌리티 전문가 포럼'에 맞추어 베트남 사회과학원의 Bui Quang Binh 선임연구원에게 베트남의 기후변화 동향과 전기차 시장에 대해 물었다.
- 베트남 사회과학원(VASS)와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 부서(Department of Environment and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베트남 사회과학원(Vietnam Academy Of Social Sciences, VASS)는 베트남의 경제 발전과 전략을 연구하는 국책기관이다. 베트남 사회과학원에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 ▲ 사회와 지속가능한 개발 ▲ 경제와 지속가능한 개발 ▲ 전략과 정책 4개의 연구 부서를 두고 있다. 그 중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 부서는 재생에너지 보급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이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지역과 기업을 연결하여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용하는 정책 설계 프로젝트를 주로 시행하고 있다."
- 베트남의 기후변화 정책 동향은 어떻게 되는가?
"베트남은 기후변화 문제를 실감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INDC 제출을 시작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만들었다. 2020년 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조항을 포함시켰고, 2021년 제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정책과 2030년까지 2020년대비 탄소배출량을 30% 줄이겠다는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오존층 보호에 관한 법령, 2050년 국가기후변화전략, 2030년까지의 녹색성장에 관한 국가 실천 계획, COP26 추진과제 및 해결방안 등을 문서화했다. 최근 열린 COP27에도 참여하여 탄소시장 개발, 에너지전환 등의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이번 IEEN 포럼에서 그린 모빌리티와 EV 충전 인프라를 주제로 패널로 참여하는데, 현재 베트남의 그린 모빌리티(전기차) 시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베트남의 전기차 시장은 2019년부터 시작되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기업인 빈패스트(Vinfast)의 전기차 전략을 통해 점차 국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빈패스트는 모든 생산라인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4000헥타르 규모의 자체 제조 공장을 지어 매년 2만 4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배터리 기술을 사고, 독일에서 차체에 대한 기술,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따오는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전기차, 버스, 오토바이 등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있다. CES 2022에서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도 진출하고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 베트남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어떤가?
"전기차 충전 시장도 마찬가지로 빈패스트가 선도하고 있다. 베트남 전역에 약 4000대의 충전소를 설치하고, 베트남 정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PetroVietnam)과 MOU를 체결해서 페트로베트남이 운영하는 모든 주요소 내에 전기차 충전소를 함께 구축했다. 빈패스트의 모기업인 빈그룹이 베트남 내에서 매우 큰 회사기 때문에 빈패스트가 베트남 내 전기차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확보하고 있다."
- 베트남 EV 시장은 대부분 빈패스트가 모두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기업은 참여가 어려운 환경인가?
"베트남 EV 시장이 2019년에 처음 시작된 초기 시장이다보니, 국가적으로 전기차에 관한 정책이나 규제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EV 사업에 적극적이던 빈패스트가 대부분의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전기차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정책과 규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교통부, 무역통상부, 재정부가 협력하여 전기차 보급에 관한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고, 해외 전기차 브랜드들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 베트남 EV 시장 진출에 한국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베트남 시장 진출 시 유의할 점이 있는가?
"현재 베트남 EV 시장은 빈패스트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빈패스트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빈패스트는 다른 EV 브랜드와 다르게 배터리를 판매하지 않고 대여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배터리 대여 시스템은 출고가를 큰 폭으로 낮춰서 초기 부담을 없애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높은 전기차 가격은 매우 큰 부담이다. 해외 전기차 브랜드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면 빈패스트처럼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 한국 기업의 전기차 충전소 시장 진출에 관해서는 유의점이 있는가?
"베트남 내 전기차 충전소도 모두 빈패스트가 갖고 있다. 이미 빈패스트가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완성차 기업들도 빈패스트와 충전소를 공유하는 방편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충전소와 관련한 규제가 생기면서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도 호환될 수 있도록 할 것이으로 예상된다. 2022년 말에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한 규제가 발표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 정책 동향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베트남 EV 시장에 진출하는데 가격, 충전소 등 여러 장애물이 있지만, 한국 기업이 진출한다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베트남 완성차 시장의 절반은 한국차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을 중심으로 EV 사업을 확장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므로 베트남 시장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베트남, 기후 금융 기금 지원받는다… 남아공, 인도네시아 이어 세 번째
- S&P 글로벌 모빌리티, EV 배터리 관련 지정학적 역풍… EV 도입 늦어질 것
- 자동차 제조사가 공급망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은?
- 인도네시아, 미국·중국 손잡고 환경 사업에 대대적 투자
- 베트남 ‘착한 포장’ 급성장, 국내 기업도 친환경 포장재 적극 도입
- 베트남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 [2022 그린 에너지&모빌리티 전문가 포럼] 인도네시아 전기차 충전인프라 미래는?
- 그린 에너지&모빌리티 전문가 포럼…동남아 4개국 에너지·전기차 현황은?
- 내년 안에 미국, 유럽에 태양광 패널 부착한 전기차 나온다
- 베트남 전기차 제조사 빈패스트, 美나스닥 상장 신청
- 테슬라·BYD 태국시장 판매 급상승…아시아 EV 시장 확대 기대
- 선진국들, 베트남의 에너지 전환에 거액 지원
- 베트남 전기차 빈패스트, 미국과 유럽에서 날개 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