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2028년부터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한다. 베트남 산업부는 13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기본 시나리오와 향상된 시나리오 두 가지 버전을 국무총리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지난 1월 관련 법을 개정하고 4월 탄소 배출권 거래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캘리포니아와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바탕으로 오염자에게 환경 부담금을 물리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에서 네슬레까지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제조 거점이 됐다. 글로벌 대기업이 석탄과 가스에서 나오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을 베트남에 더 많이 건설하면서 베트남 탄소 배출량은 증가했다. 2050년 넷제로 로드맵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초과하는 기업에게 일종의 패널티를 주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4월 한국기업 서울반도체, 스쿠터 제조업체 피아지오, 식품 기업 마산 등에 탄소 배출량을 조사하고 감축 계획을 세워야 할 1912개 기업 명단을 작성했다. 올해 1월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오존층 보호에 관한 규정을 공포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2025년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시범 운영한 것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대상 기업에게 지침을 제공한다. 공식적인 운영은 2028년부터다. 이후 베트남 내 거래 시장과 국제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 연동을 위한 규제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에너지, 운송, 폐기물, 토지 이용, 산업 공정, 건설 등 6개 산업을 대상으로 한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이 구상에 대한 다음 방향인 회람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CDM 프로젝트 전세계 4위...
VCM과의 연결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베트남은 VCM과 연결 전에 자국 내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먼저 운영할 방침이다. 베트남은 UN 탄소 배출량 상계 프로그램인 청정개발기구(CDM)의 프로젝트 수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수력 발전 댐과 같은 배출량 감축 프로젝트를 도와준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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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경론자들은 CDM과 자발적 탄소시장 등을 베트남에 적용하면 실질적인 오염자들이 제대로 페널티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린피스는 “국가와 기업이 화석연료를 끊어야 진짜 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상쇄 크레딧은 일종의 회계 사기”라고 지적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 사무국장은 또 “탄소 상쇄 제도는 오염을 실질적으로 일으키는 기업이 야심을 억누르고 실질적이고 시기적절하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다이어트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상추는 다른 사람에게 먹으라고 하고 돈을 주고 케이크를 계속 먹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는 베트남이 자국 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먼저 실시하려는 이유와 부합한다.
에너지 전문가 티 응우옌은 베트남 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탄소 감축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시스템은 기업이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며 “상쇄 크레딧처럼 위장 오염의 빌미를 주지 않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39년 넷제로를 목표로 잡고 “넷제로를 향해 필요한 이정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트남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소닉 또한 거래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양조기업 칼스버그는 시행을 대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슬레 베트남은 “우리의 넷제로 목표인 2050 넷제로와 베트남의 목표를 맞추기 위해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네슬레는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 연료로 바꾸는 작업도 베트남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탄소를 흡수하는 덮개 작물을 심는 등 재생 농업으로도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 삼성, 타깃 코퍼레이션, 멀버리 등 대기업은 베트남 정부에 태양광 생산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로비를 벌였지만, 아직 합법화되진 않고 있다.
탄소시장 관련 자문관인 세계은행 수석 환경 이코노미스트 무투쿠마라 마니는 베트남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EU처럼 처음에 너무 많은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더 깨끗하고 저탄소적이며 효율적인 기술로 전환하도록 촉구하려면, 오염에 대한 비용을 더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양광 ↓
LNG·풍력 발전 ↑
한편, 베트남 산업부는 13일 국무총리에게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두 개를 제출했다. 두 개의 시나리오 모두 석탄 사용을 대폭 줄이고, 육상 및 해상 풍력을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내용은 없었으며, 석탄과 수력 발전원을 LNG로 대체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베트남은 2025년까지 에너지·농업·폐기물 관리 등 관련 부처에서 탄소 감축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감축할 의무가 있는 시설은 2023년 3월 31일까지 탄소 배출 현황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2024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는 매년 배출량을 점검해 보고해야 한다. 감축 의무도 2026년부터 부여된다.
이번 2050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원료는 LNG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LNG 발전의 실현가능성과 효과를 고려할 예정인데, 현재 계획안에 따르면 LNG가 전체 발전원의 16.4%를 차지한다. 반면 태양광 발전 확장은 비용 문제로 임시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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