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법안이 그린 장밋빛 미래…30만 가구 분량의 연간 배출량 감축
조 바이든 美행정부가 지난 6일(현지시각), 기후변화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연방 건물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첫 기준을 발표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연방 건물 성능 기준(The Federal Building Performance Standard)’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방 정부가 소유한 건물 공간의 30%를 100% 전기화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연방 건물은 2025년부터 건물의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현장 배출량을 2003년 배출량의 90%까지 줄여야 한다. 이 조치는 바이든 정부의 2045년 연방 건물의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과제다.
정부 부처들은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해당 법안을 마련하고 실행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이 법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기관에 새 규칙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고, 내년 1월 5일 규칙의 적용 범위와 시행 일정에 관한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DOE) 장관은 “건물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청정 전기를 도입하는 일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가장 가성비가 높고 미래 지향적인 솔루션”이라며 “에너지부는 정부가 소유한 신축 및 기축 건물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시간표를 최초로 세웠다”고 성명에서 강조했다.
에너지부는 “주거용·상업용 건물이 미국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전체 배출량의 35%에 달한다”며 “해당 건물은 공간 난방, 취사 등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매년 1900억달러(약 250조원)만큼의 전기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기존 건축물의 80%가 2050년까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기존 건축물을 전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새 규칙이 매년 800만달러(약 105억원)를 절약하고, 향후 30년간 연방 건물에서 배출될 탄소를 186만미터톤, 메탄은 2280만톤 줄일 것”으로 추정했다. EPA는 “절감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0만 가구가 1년간 배출하는 양에 육박한다”고 부연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건물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건축물의 소유주와 개발자, 계약자에게 세금을 공제해준다. 백악관은 “IRA를 통해, 현행 1제곱피트(0.09제곱미터)당 1.8달러(약 2400원)에 달하는 세금 공제가 5달러(약 6600원)로 약 세 배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정부 30곳 가입한 ‘국가 건물 성능 기준 연합’…163조원 전기화 산업에 유입
법안이 발표되자, 주 정부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7일(현지시각), ‘국가 건물 성능 기준 연합(National Building Performance Standard Coalition)에 가입 의사를 밝혔다. 연합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축 건물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고, 주정부와 지방정부 30곳 이상이 가입한 상태다.
캘리포니아주가 연합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모든 상업용⋅연방⋅다세대 건물의 4분의 1이 연방 건물 성능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안이 연합의 관할 구역에 모두 적용되면, 2040년까지 1240억달러(약 163조원)가 건물 전기화와 건설 산업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산호세를 포함한 수십 개의 도시는 기후 온난화 배출에 대처하기 위해, 일부 신축 건물에서 LNG 사용을 금지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산업계, LNG 사용 금지하는 전기화는 탄소 중립에 역행
정부가 건물 에너지원을 LNG에서 전기로 바꾼다는 법안을 발표하자, 미국의 가스업계는 즉각 성명을 내고 대응했다. 캐런 하버트(Karen Harbert) 미국가스협회장은 성명에서 “연방 건물에서 천연가스를 배제하는 행위는 비실용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비용이 많이 드는 아이디어로,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가스협회(American Gas Association, AGA)는 도미니언 에너지, DTE 에너지 같은 미국의 주요 가스 기업을 대변하는 단체다.
협회는 가스 사용을 제한하면 주거 부문에서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스협회는 LNG 사용을 금지하면 집값이 뛰고 저소득층은 집을 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건물 전기화에 필요한 리모델링 비용이 고가이기 때문이다. AGA는 “건설 비용이 1000달러(약 132만원) 오를 때마다 11만7932가구가 집을 살 수 없게 된다”고 추산했다.
난방 비용도 오를 수 있다. AGA는 2035년까지 연구 대상의 거주지 60%가 전기화될 경우 난방 비용이 연간 1420달러(약 187만원)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GA는 “전기 공급 시스템의 경우 1년 중 가장 추울 때 공급하는 전력량은 전기를 가장 수급하기 좋은 여름의 발전량보다 세 배 많다”며 “전기 시스템으로 교체하려면 4배 정도 많은 설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가스협회는 “천연가스 사용 금지 논리는 향후 수십 년간 태양광 패널을 중국 같은 해외 공급망으로부터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다”며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에너지 생산의 미래를 걸고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 시스템이 충족하지 못하는 전력 수요량은 결국 석탄발전소에서 충족할 텐데,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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