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보다 경영전략 추구한 주주제안이 높은 지지 얻어
한국ESG기준원(KCGS)이 지난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 미국의 ESG 주주제안의 동향을 분석했다. KCGS는 지난해 미국 내 ESG 관련 주주제안은 공화당 주도 반(反)ESG 운동과 대립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영향력도 늘었다고 평가했다.
ESG 주주제안, 내용 스펙트럼도 늘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지난 2021년 11월 수정한 해석지침(Staff Legal Bulletin)이 2022년 주주총회의 ESG 주주제안을 활성화하는 요건이 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SEC는 미국 내 주주제안을 심사하는 기관인데, 기업의 환경에 따라 해석지침을 유연하게 개정할 수 있게 됐다.
이사회 재량권을 침해하지 않을 안건들이 지난 2021년에는 ESG 주주제안의 주류였던 반면, 2022년부터 구체적인 ESG 전략목표나 이행방안까지 제안할 수 있게 되면서, ESG 주주제안들은 이사회 재량권을 침해할만한 범위까지 늘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22년 ESG 주주제안의 지지율은 2021년보다 줄었다. ESG 주주제안에 반대한다기보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주제안의 내용이 확장되고 주주들의 선택이 폭이 늘어난 탓이다.
블랙록(Blackrock)은 2022년에 접수된 기후 대응 관련 주주제안들이 지나치게 규범적이라는 이유로, 기업 경영의 세부사항까지 간섭하는 주주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난해 5월 밝혔다. 유고은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블랙록의 투자정책을 시장 변화의 맥락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며, "ESG 투자정책을 변경했다기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ESG 주주제안 가운데엔 지나치게 규범적인 수준도 있다며, 지난해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은 미국 내 ESG 주주제안 사례를 소개했다.
환경(E) 분야 '탄소중립 실행 방안 마련하자'
지난해 미국에서 등장한 환경 관련 주주제안에는 플라스틱 오염 공시, 화학물질 발자국 관리. 항생제·살충제 사용 관행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됐다. 한편 주주제안 대부분은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GHG) 배출 감축과 관련됐다.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그린워싱 논란을 피할 공시도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환경 분야 주주제안의 주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는 탄소중립 목표를 채택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기후위험 관리를 위한 포괄적인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일반 주주부터 기관투자자까지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코스트코에선 오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GHG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스코프(scope) 1부터 3에 대한 목표를 마련하자는 주주제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사회(S) 분야 키워드는 '안전과 다양성'
사회 분야 주주제안은 기업의 로비자금 공개, 작업장의 안전, 성별·인종 등 다양성 확보, 공정한 보상 체계 등 주제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안전, 근로조건, 다양성 관련 이슈는 우리나라의 ‘중대재해처벌법’, 근로기준법 내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과 연결되는 지점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아마존에 2022년 제출된 주주제안 16건 가운데 환경·사회 관련 주주제안이 14건에 달했다. 한편 작업장의 안전에 대한 주주제안은 관점에 따라 일반 주주들의 호응이 갈렸다.
뉴욕주 감사실에서 안전불감증 문화와 관련해 인종·성별 간 부상률의 차이가 있는지 조사할 것을 요청했는데, 일반 주주들은 안전문제를 근로자 간 차별적 시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12.7%의 낮은 지지를 받았다.
한편 DSI(Domini Social Investments)는 월마트보다 아마존의 창고 근로자 부상률이 높다는 등의 근거로 인당 작업량, 직원 감시 관행 등을 안전 감사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해 43.7%의 지지를 얻었다.
직장 내 다양성과 형평성 및 포용성(DEI) 점검에 대한 주주제안도 많았다. 이사회 구성원을 다양하게 구성하기 위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Alphabet)에서도 이사회 구성정책 및 관행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DEI 관련 공시와 외부감사 진행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늘었다.
지배구조(G) 분야 '이사회의 책임과 보상'
지배구조 관련 주주제안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사회에 ESG 감독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린워싱이나 ESG 관련 위험이 기업 운영 전반에 영향을 주는 조직에선 주주들이 임원의 보수체계에 ESG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금융기업인 웰스파고(Wells Fargo)에선 임원의 보상에 대해 ‘장기성과급 확정 후 3년 이내에 법률 위반 및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ESG 가치를 중심으로 제기된 주주제안은 사회적 책임 또는 이념에 따르기보다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로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고 안정적 재무 환경을 만드는 데에 있다고 분석했다. 유고은 선임연구원은 "일반 주주들은 이사회 재량권을 침해하지 않고 ESG 리스크를 경영전략으로 인식하는 주주제안을 지지하는 추세"라며 "기업에선 ESG 위험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에 대응할 현실적인 목표와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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