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 탄소배출량이 368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예상치보다는 적은 1% 미만으로 증가해 증가폭은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성장과 전기차, 히트펌프 보급 확대 등으로 탄소배출량이 감소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일 ‘2022년 이산화탄소배출량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촉발됐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2021년 대비 0.9%(3억2100만톤)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탄소배출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바 있다.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당초 우려했던 만큼 탄소배출량이 크게 증가하진 않았다”며 “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히트펌프, 에너지 효율 기술 등의 눈부신 성장이 아니었다면, 탄소배출량은 거의 3배 증가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탄소배출량 증가폭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3.2%)를 크게 밑돌았다. IEA는 “탄소배출량과 경제 성장이 성공적으로 분리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의 성장이 전력부문에서 4600만톤 감축하는데 기여했다. 이외 재생에너지, 전기 자동차 및 히트펌프 등은 약 8500만톤을 줄이는데 영향을 미쳤다. 또 경기침체로 중국, EU, 일본, 한국, 북미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1억5500만톤을 줄였다. IEA는 지난해 2025년 재생에너지가 최대 발전원이 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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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1.6%(1억1800만톤) 감소했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13.5% 감소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LNG 현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1.8% 줄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천연가스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은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반면 석탄으로 인한 배출량은 증가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유럽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고 석탄으로 회귀한 탓이다. 지난해 석탄으로 인한 배출량은 155억톤으로, 2021년에 비해 1.6%(2억4300만톤)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의 신흥 시장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석탄으로 인한 배출량이 1.6% 증가하면서, 천연가스 배출량 감소폭을 상쇄했다. 

석유 사용도 증가했다. 석유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2021년보다 2.5%(2억6800만톤) 증가한 112억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량의 절반은 항공 부문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완화로 항공업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운송 부문 배출도 2.1%(1억3700만톤) 증가했다. 

다만 운송 부문 배출량의 일정 부분은 전기차가 증가하며 상쇄된 것으로 파악된다. IEA는 “도로 위의 새로운 전기차가 여전히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였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1300만톤 증가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자동차는 지난해에도 1000만대 이상 팔리는 등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4%를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배출량이 가장 크게 증가한 분야는 전기 및 발열 부문(1.8%)다. IEA는 가뭄과 폭염을 포함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과 비정상적으로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정지된 것이 작년 배출량 증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비롤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 증가 등으로 배출량 상승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탄소 배출이 지속 불가능한 성장 궤도에 머물러 있다”고 경고했다. 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기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의미있는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U, 에너지 감축 가장 크게 성공

미국은 증가, 중국은 제자리 걸음

지역별로 탄소배출량을 분석했을 때, 배출량이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은 유럽연합이었다. 석유와 가스 시장의 혼란, 가뭄으로 인한 수력 부족, 수많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량을 2.5%(7000만톤) 감축했다. 따뜻한 겨울 덕분에 건물 부문 배출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전력 부문 배출량은 3.4% 증가했지만, 석탄 사용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고 풍력과 태양광 합계 발전량이 처음으로 가스와 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선 것도 감축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미국은 0.8%(3600만톤) 증가해 총 배출량 47억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한파로 건물 부문에서 배출량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 건물 부문 탄소 배출량은 2600만톤으로, 지난 10년 연평균 증가량(연간 만 700만톤)을 4배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여름엔 폭염으로 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어 배출량이 8900만톤 증가했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배출량은 2300만톤으로, 2021년에 비해 0.2% 감소했다. 경제성장 둔화, 건설 활동 감소,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인한 산업과 운송 배출량 감소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IEA는 “건물 부문 배출량은 온화한 겨울 날씨 덕분에 현저하게 감소(6000만톤)했지만, 극단적인 기후는 작년 배출량 증가의 20% 가량 기여했다”며 “많은 국가에서 냉방 수요가 증가했는데,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욱 심해지고 빈번해지면 탄소배출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EA는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매년 7%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록 올해 탄소배출량 증가폭이 1% 미만이었지만, 배출량이 증가하기만 하더라도 넷제로 경로에서 훨씬 더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1.5도 미만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10년 안에 배출량이 거의 절반으로 감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IEA의 연구결과는 올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UN 기후정상회의 COP28에서 논의될 예정이며, 전세계 각국은 올해 2015년 파리 협정에 따라 처음으로 ‘글로벌 스톡테이크(Global stocktake)’를 작성해야 한다. 글로벌 스톡테이크는 파리협정 제14조에 따라 전세계의 탄소배출량을 점검하는 과정으로, 현황을 진단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평가하기 위한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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