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역 공개한 셸, 공개 이후 투자 측면 평가 ‘긍정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의 증권시장에 등록된 지속가능성 펀드의 규모는 약 4조6000억 유로(약 668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EU에서 지속가능한 상품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EU의 지속가능성 상품 분류 기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려면 기업 세금 내역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FT는 분석했다.
실제로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EU 증권시장의 친환경 포트폴리오에서 약 1750억 유로(약 254조원)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FT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각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종목을 결정하고, 향후 기후 벤치마크를 추적하는 상품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밝혀 투심을 진정시켰다고 FT는 밝혔다.
한편 FT는 EU의 지속가능공시규제(Sustainable Financial Disclosure RegulationㆍSFDR) 제 9조에 속한 ESG펀드 상품 중 많은 경우가 지속가능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조사가 나오는 시점에서 EU의 정책은 향후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SG 투자자, 기업에 ‘세금 내역 투명성 확보’ 요구
FT는 대다수의 경영진들은 기업의 세금 내역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최근 ESG 투자자들이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도록 기업에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빅오일도 투자자들의 요구를 피해가지 못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엑손모빌(ExxonMobil)과 셰브론(Chevron)은 오는 5월 말에 예정된 연례 주주총회에서 세금 투명성 관련 안건에 대해 투표한다. FT는 "투자자와 활동가들이 힘을 합쳐 '세금 회피는 불평등의 핵심 요소'가 된다고 주장하며 기업에 세금 내역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업 측에선 세금 내역은 세무당국에만 비밀리에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엑손모빌은 세금 내역이 전면 공개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생긴다고 FT에 밝혔다.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한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엑손모빌·셰브론과 같은 빅오일의 셸(Shell)은 지난 2019년에 세금 납부 내역을 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셸의 CFO인 제시카 얼(Jessica Uhl)은 “투자자들이 기업에서 세금을 얼마나 그리고 왜 납부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금 내역 공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 줄까?
실제로 기업이 세금 내역을 공개할 때 투자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인 미로바(Mirova)의 지속가능성 연구 부문 책임자인 루이스 슈라이버(Louise Schreiber)는 FT에 “기업이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한 이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주주총회를 통해 세금 내역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다가오는 기업 주주총회에서 진행될 투표에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찬성표를 행사할지가 주요할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블랙록과 뱅가드는 지난해 시스코(Cisco)와 아마존(Amazon)의 세금 내역 공개를 위한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블랙록은 “앞으로 세금 납부 내역 관련 공시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시스코는 미국에서 규정한 항목에 대해서는 이미 공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EU 감독당국은 자산운용사의 세금 회피가 우려되는만큼 지속가능성 펀드의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T는 투자자들이 지금껏 메타(Meta)나 아마존(Amazon) 등 저탄소 기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만으로 손쉽게 수익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에선 지금껏 지속적으로 세금이나 노동자의 권리 등 ESG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영국의 사회적 기업인 공정세금재단(Fair Tax Foundation)은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메타·알파벳·넷플릭스·애플·MS 등 6개 빅테크 기업인 ‘실리콘 식스’가 지난 10년간 회피한 세금이 약 1500억 달러(약 19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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