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가 11일(현지 시각)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최대 거래소로서,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이은 세계 3위 증권거래소다.
일본 경제산업상 니시무라 야스토시는 “일본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행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탄소 신용 시장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탄소배출권 장내 거래 시작… 2028년 이후 탄소세도 도입
2023년 7월 일본 정부는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전환)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산업 및 사회구조 전환을 위한 GX 총괄 정책이다.
GX 추진 전략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GX-ETS)를 포함한 탄소 가격 체계 도입으로, 올해 4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GX-ETS는 GX 추진 계획 10년 로드맵에 따라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2026년 3월 말까지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된다. 이 기간 중에 GX-ETS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예정이다. 대상 기업은 올해 1월 말 기준 일본 전체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약 680개 기업으로, 이 기업들은 배출 감축 목표를 서약하고 공개해야 한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기업은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배출권을 매수, 초과 달성한 기업은 배출권을 매도할 수 있다.
2단계는 2026년 3월 이후로, 규제 시장으로 전환돼 대상 기업들은 배출량을 할당받게 된다.
3단계인 2033년부터는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배출권 경매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11일 도쿄증권거래소는 탄소배출권 장내 거래를 시작하고 GX-ETS 참여 기업들은 거래소를 통해 J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J크레딧은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 도입, 삼림관리 등 기업들의 탄소 감축과 흡수 활동을 일본 정부가 인증 후 발행해 주는 탄소배출권이다. 2013년부터 기업 등의 자발적 참여로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지만, 매수자와 매도자가 적절한 거래 상대방을 찾기가 어려워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개장 첫날, 재생에너지와 산림녹화 등 3689톤의 배출권 매매가 이루어졌으며 거래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2850엔(약 2만6000원), 숲에 관한 J크레딧은 오전 시장에서는 9900엔(약 8만9000원), 오후 시장에서는 7000엔(약 6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NHK는 연간 50만 톤 이상, 약 10억엔(약 89억원) 규모의 배출권이 거래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향후 일본 정부는 탄소 부담금(carbon levy)도 도입할 계획이다. 탄소 부담금은 화석연료와 석탄 생산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2028년 또는 2029년경부터 정유사, 무역회사, 전력공급업체 등 화석연료 수입업체에 부과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탈탄소화에 향후 10년 간 공공과 민간이 150조엔(약 1347조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총 20조엔(약 179조원)을 국채로 제공한 후 탄소 부담금과 배출 허용금에서 재원을 확보, 상환에 나설 계획이다.
민간 부문 인식 전환에는 부족해… 규제 시장 전환에는 우려 의견도
GX-ETX 개장에 대한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토루 시미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배출권 거래와 탄소 부담금 도입을 두고 “이는 일본의 기후변화 정책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면서도 “2026년 규제 시장으로의 전환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리서치기업 리피니티브(Refinitiv)의 일본 전력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 요코 노부오카는 “2030년 이후에는 GX-ETS도 G7 국가의 다른 규제 시장처럼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탄소 부담금 및 전력업체 배출권 할당 수준으로는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배출량 46% 감축이라는 기후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녹색전환 자금 확보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민간 부문의 행동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본 신재생에너지연구소 또한 현재 탄소배출권 가격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선진국에 요구하는 톤당 130달러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며 “일본의 계획이 너무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연구소 전무 테루유키 오노는 로이터에 “빠른 시일 내에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탄소 가격을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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