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I 정책 숨기면 ‘불이익’...민간 기업은 정부 계약 위해 DEI 포기
- ‘판사 쇼핑’으로 번지는 DEI 정책 갈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부와 민간 부문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전면 폐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는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서명한 차별 금지 행정명령까지 무효화하는 조치로, 시민권 운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부처들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재무부, 농무부, 노동부 등 주요 정부 부처는 22일(현지시각) 다양성 관련 웹페이지를 삭제했다. 다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원들은 유급휴가를 받고 일터를 떠나게 됐다.
DEI 정책 숨기면 ‘불이익’...민간 기업은 정부 계약 위해 DEI 포기
린든 존슨 대통령의 행정명령 11246은 연방 계약업체와 하청업체가 인종과 피부색, 성별, 출신국 등을 이유로 채용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소수 인종과 여성의 적극적인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사회를 실력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되돌리겠다”며 “차별을 철폐하고 개인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 행정명령을 취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직원들에게 부서 내 은폐된 DEI 프로그램을 10일 내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국무부와 법무부 등 각 부처는 "숨겨진 DEI 프로그램을 적시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 행정명령에 따라, 민간 기업들은 정부 계약을 따내기 위해 DEI 정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에 120일 안에 ‘DEI 정책을 악용하는 사례'를 조사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보고서에는 업종별로 '가장 차별이 심한 DEI 프로그램을 실행한 기업'들이 포함된다. 미국 의회 산하의 회계감사국(GAO)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기준 연방정부의 계약 규모는 7390억달러(약 1064조원)에 달한다.
노린 파렐 '평등권 옹호' 단체 사무총장은 "이번 행정명령은 시민권과 경제 성장 모두를 희생시키는 극단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앨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국가행동네트워크'는 DEI 정책을 포기하는 기업 2곳을 선정해 90일 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메릴랜드대 윌리엄스-포슨 교수는 "미국이 흑인의 성공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백인 남성들의 오랜 원한이 트럼프의 정치적 부활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행크 존슨 하원의원은 "수십 년간 이어온 흑인들의 진전이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판사 쇼핑’으로 번지는 DEI 정책 갈등
보수 진영이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판사를 찾아다녔듯이, 앞으로는 반대 진영이 트럼프의 DEI 정책에 맞서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각) 트럼프 정부의 DEI 반대 조처로 인해, 판결에 유리한 판사를 고르는 이른바 ‘판사 쇼핑’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판사 쇼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DEI와 관련된 판결은 판사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졌다. 일례로 텍사스주의 리드 오코너 판사는 나스닥이 상장사에 이사회 다양성 데이터를 공시하라는 요구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플로리다주의 존 바달라멘티 판사도 유사한 판결을 내렸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타깃은 2023년 성소수자 인권의 달(프라이드 먼스)을 맞아 성소수자 상품과 판촉물들을 매대에 올렸다. 주주들은 이 마케팅이 기업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으며 타깃은 이에 대한 재정적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타깃은 항소했으나, 바달라멘티 판사는 이를 기각함으로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델라웨어주 법원은 디즈니의 '게이 언급금지법' 관련 소송을 기각했다. 게이 언급금지법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과 관련된 수업이나 논의를 금지하는 플로리다주의 법이다. 디즈니는 이 법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주주들은 이 과정에서 디즈니가 회사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소송 기록을 요구했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이런 주주들의 요구를 기각했다.
미국 툴레인 대학교의 법학과 교수인 앤 립톤은 “(DEI 관련 소송은) 매우 구체적인 형태의 문화 전쟁”이라며 “기업들은 이런 정치⋅경제적 논쟁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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