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약 10억 헥타르에 달하는 열대우림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자산이다. 브라질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월가’의 힘을 빌리는 새로운 금융 실험에 나섰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오는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최를 앞두고 브라질 정부는 125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열대우림 영구기금(Tropical Forest Forever Facility, TFFF)’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TFFF는 자본시장을 활용해 산림을 보존하는 국가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브라질 정부 대표단은 런던을 방문해 후원국 및 참여 가능성이 있는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들과 설계 방안을 논의했다. 

TFFF는 고수익 채권 자산에 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을 산림 보호에 활용하는 구조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금융시장 수익에 산림 보존이 연동된다는 점, 투자금이 오히려 산림파괴 산업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도 제기된다. 

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선진국의 250억달러 공공보증 기반, 1000억달러 조달 구조 설계

그럼에도 브라질 정부는 탄소시장 또는 공적자금 의존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산림금융 방식이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현재는 미국의 해외 기후재정 삭감, 유럽의 국방예산 증액 등으로 공공재정이 더 위축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금은 자생적 구조를 지닌 대안으로 설계되었으며, 성공할 경우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 메커니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브라질 재무부의 프로젝트 매니저 루이자 시도니오(Luiza Sidoni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들이 약 250억달러(약 36조원)를 40년 만기 저리대출과 보증 형태로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자개발은행이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약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차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AAA 신용등급 확보를 통해 평균 5% 이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아직 어떤 국가도 자금 제공을 공식 약속하진 않았지만, 영국,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최근까지는 미국도 기금 설계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된 자금은 주로 신흥국의 국채 및 회사채에 투자되며, 목표 수익률은 약 7.6%다. 시도니오는 이를 통해 연 40억달러(약 5조80000억원) 수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열대우림 1헥타르당 연 4달러(약 5780원)를 보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약 70개 산림 보유 국가들이 지원할 수 있으며, 연간 산림감소율이 0.5% 미만일 경우만 지급 대상이 된다. 훼손·파괴된 숲 1헥타르당 최대 800달러(약 116만원) 감액 규정도 포함돼 있다. 브라질 우주청의 위성 감시 체계를 통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시도니오는 이번 기금이 탄소시장과 달리 ‘추가성(additionality)’이라는 보상이 없더라도 숲을 지켰을 가능성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가성이 오히려 과거에 산림을 훼손했던 국가에만 보상이 돌아가게 만드는 왜곡을 낳았고, 계산 방식도 조작 가능성이 높아 결국 탄소시장 붕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산림파괴 산업 배제·ESG 채권 중심 투자 원칙 제시

열대우림이 3억3000만헥타르에 달하고, 매년 약 100만헥타르를 잃고 있는 브라질은 연 8억6000만달러(약 1조24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브라질 환경부 연간 예산보다도 많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속가능금융 전문가 프레데릭 하셰(Frederic Hache)는 이 구조가 “미래 경제 성장과 금리, 그리고 월가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대한 레버리지 베팅”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채권 투자 수익을 내면서 동시에 산림파괴와 무관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브라질 정부는 석탄, 이탄 등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 제외 방침을 밝혔으며, 신흥국 투자 시 산림파괴 관련한 더욱 광범위한 산업도 제한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채권 투자분은 녹색채권 등 ESG 채권 중심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전 골드만삭스 은행가이자 기금 설계에 참여 중인 크리스토퍼 에거턴-워버턴(Christopher Egerton-Warburton)은 “윤리 기준은 적용하겠지만 수익률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개발은행 특별고문 아비나시 퍼서드(Avinash Persaud)는 “기후금융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브라질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핵심 투자자가 나타나 기금 출범에 마중물을 제공하지 않으면 목표 규모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자금을 요청하면 실제로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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