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자은행 UBS가 사업보고서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모든 목표와 용어를 삭제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필두로 한 DEI 정책 반대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여성 임원 30% 목표 사라져...능력 중심의 고용 원칙만 남겨
UBS는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이사급 이상 30%를 여성으로 채용하고 미국 내 소수민족 직원 비율을 12.2%에서 18.8%로 늘리겠다던 수치 목표를 모두 없앴다. 대신 "능력 중심의 다양하고 포용적인 직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칙적 문구만 남겨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UBS는 2024년 지속가능성 및 연례보고서에서 'DE&I'라는 용어도 완전히 삭제했다. 이는 전년도 보고서에서 21회나 언급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UBS 대변인은 "적합한 역할에 최고 인재를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모든 결정에서 능력주의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다양한 인재를 계속 채용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충돌 피하려는 전략적 결정...美 시장 확장 노린다
UBS는 보고서 법적 리스크 항목에서 DEI를 제외한 배경을 설명했다. 은행 측은 "특정 지역에서는 다양성 목표를 의무화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등 상충되는 ESG 규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DEI 프로그램의 일부를 불법으로 선언하고 관련 기업 조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DEI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추세다. DEI 의제를 선도하던 유럽에서도 이런 기조에 따른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은행들이 다양성 이니셔티브에 대한 전 세계적 반발, 특히 미국 내 움직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UBS는 미국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DEI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정부 주도로 확산 중인 '깨어있는 자본주의' 반대 움직임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UBS는 2023년에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면서 조직체의 변화를 이유로 기후 계획도 완화했다. UBS는 2030년까지 총자산의 5분의 1을 탄소중립 경로에 맞추겠다는 자산관리부문의 목표를 철회하고, 그룹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기한을 10년 연장해 2035년으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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