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 내 녹색채권의 발행량이 감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Climate Bonds Initiative)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말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는 244억달러(약 34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433억달러(약 60조원)보다 약 44% 감소한 것이다.
올해 미국 녹색채권은 전 세계 발행액 2600억달러(약 359조원) 중 약 9%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지난 2021년에는 14%를 차지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반 ESG 기조를 지닌 트럼프 행정부 아래 기업들이 환경 활동을 축소하거나 언급을 줄임으로써 원치 않는 정치적 관심을 피하려 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는 환경 정책에 대체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온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녹색 금융을 도입할 경우 기업과 경영진에게 미칠 수 있는 정치적 파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 대기업들은 홈페이지에서 기후변화 관련 언급을 삭제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그린허싱(Green Hushing)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그린 허싱은 그린워싱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기업이 친환경 활동이나 지속가능성 노력을 외부에 알리지 않거나 축소해 공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3월, 블룸버그는 미국 기업들이 한때 기후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던 녹색채권 발행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미국의 감소세는 녹색채권 판매량이 여전히 2021년 수준을 상회하는 유럽과 대조적이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의 설립자인 숀 키드니(Sean Kidney)는 FT에 "누구도 등에 표적이 그려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자, ESG를 드러내지 않고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 조달
일부 미국 기업은 채권에 녹색 라벨을 붙이지 않고 전통적인 채권 판매를 통해 조용히 녹색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몇 년 전 많은 기업들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 자격을 과시하고자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청정 에너지 금융 부문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도 기업들이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계속 판매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를 친환경 이니셔티브로 광고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녹색 채권 발행 결정에는 경제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일반채권에 비해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낮은 금리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지속 가능한 투자 리서치 책임자 호텐스 바이오이(Hortense Bioy)는 “ ‘그리니엄(greenium)'으로 알려진 이 차입 비용 할인은 한때 수익성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라고 전했다.
지속 가능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결국 회사가 유리한 펀딩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를 극복하고 녹색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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