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대규모 세제 감축 및 지출 삭감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면서, 전기차(EV) 구매 시 제공되던 연방 세액공제가 오는 9월 30일부로 전면 폐지된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각), 상·하원이 해당 법안을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통과시켰으며, 이번 조치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친환경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7월 4일 시한을 앞두고 처리됐다.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종료… 연비 규제는 완화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전기차 세액공제는 2008년 도입된 이후 미국 내 EV 보급 확대를 위한 핵심 인센티브 제도였다. 2022년부터는 리스 차량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됐고, 제조사별 한도도 폐지되면서 EV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았다. 

IRA 시행 이후에는 배터리 공급망 구축과 국내 생산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 소비자는 신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65만원), 중고차는 4000달러(약 570만원)를 세액공제로 받을 수 있다. 당초 이 혜택은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오는 9월 말 종료된다. 

이 외에도  50억달러(약 7조1000억원) 규모의 충전소 구축 계획도 동결됐으며, 제조사가 ‘기업 평균 연비(CAFE)’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하는 조항도 폐지됐다.

EV 인센티브 폐지뿐 아니라 연비 규제 제도마저 완화되면서, 전기차 확산을 견인해 온 ‘당근과 채찍’ 정책이 동시에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바클레이즈(Barclays)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댄 레비(Dan Levy)는 “이번 법안은 EV 확산 속도의 둔화를 예고하는 조치로, 인센티브와 규제가 함께 사라지며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폐지로 EV 시장 성장 축소 우려

한편, 보조금 폐지로 인해 미국의 EV 보급 속도가 급격히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EV 세액공제 폐지 확정 이후, “전기차 보급률은 2030년까지 4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번 세제 개편으로 27%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유지되고 있지만, 정책 변화는 실제 구매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NEF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모두 반영될 경우, 미국의 EV 비중은 2030년 27%로 후퇴해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 3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8% 전망치에서 크게 하향된 수치며, EV 보급은 약 2년 가량 지연될 것으로 분석됐다.

켈리 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실제로 전기차는 평균 구매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약 9000달러(약 1278만원) 높고, 중고차 시장에서도 2000달러(약 272만원) 가량 비싸다. 지금까지는 연방 및 주정부 보조금이 이 격차를 메워왔다. 

하지만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가격 부담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되며,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EV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비영리 전기차 옹호 단체 플러그인 아메리카(Plug In America) 인그리드 맘그렌(Ingrid Malmgren) 정책이사는 "전기차는 초기 구매비용이 높지만 연료비와 유지비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라며 "보조금 폐지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는 법안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미국 내 약 14만 대의 전기차가 재고로 남아 있다”며 “보조금 종료는 판매 차질로 직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양광, 풍력발전 연방 세액공제 2028년부터 완전 종료

한편, 이번 법안에는 태양광·풍력 발전에 대한 30% 연방 세액공제를 2026년부터 60%로 줄이고, 2028년부터 완전히 종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수력, 원자력, 지열 발전에는 2033년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유지한 뒤, 2036년까지 점진적으로 단계 축소하는 방식으로 차등 적용된다. 

민간 싱크탱크 에너지이노베이션(Energy Innovation)은 이번 조치로 미국 전력 설비 용량이 최대 300기가와트(GW)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화당 측은 태양광·풍력 발전의 간헐성과 전력망 부담 문제를 들어, 보다 안정적인 전원 체계 구축을 위해 기저부하 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원 재무위원장 마이크 크레이포(Mike Crapo) 상원의원은 “지속가능하고 일관된 전원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특히 석탄 산업은 이번 법안으로 새로운 생산세 공제를 받게 됐다. 제철용 석탄에는 생산원가의 2.5%를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조항이 신설됐으며, 공공 토지에서 석탄을 채굴할 때 부과되는 로열티율도 인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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