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DOE)가 7일(현지시각) 발표한 ‘미국 전력망 신뢰성과 안보 강화 보고서(Report on Strengthening U.S. Grid Reliability and Security)’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산으로 2030년까지 미국 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화석연료 발전소가 예정대로 폐쇄되고 대체 설비 확보가 지연될 경우, 미국 정전 가능성이 현 시점 대비 최대 100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8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작성됐으며, 지역별 전력망의 취약성을 평가하고 연방 차원의 개입 기준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정전 위험이 높은 지역을 식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 방향도 포함됐다.

 

전력 수요 폭증으로 대규모 정전 위기 우려

"발전소 폐쇄ㆍ재생에너지 의존 막아야"

사진=미 에너지부

미 에너지부 보고서는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 폐쇄와 재생에너지 의존 확대가 정전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2030년까지 약 104GW의 기저발전 용량이 퇴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신규 발전으로 대체되는 용량은 22GW에 불과해, 정전 시간은 연간 최대 800시간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정점 수요 시간대(Peak Load)' 중심의 전력망 평가 방식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지역 간 전력망 연계 확대에 따라 정전의 빈도·강도·지속시간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 신뢰성 평가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부는 “현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미국의 경제 성장, 국가안보, 기술 주도권이 심각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석탄화력 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막기 위한 연방 개입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부는 이미 두 곳의 석탄 발전소에 대해 연방전력법(Federal Power Act)에 따른 긴급 권한을 발동해 폐쇄를 저지한 바 있으며, 향후 유사 사례에도 동일한 조치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세제 혜택 엄격히 제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풍력·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원 빅 뷰티풀(One Big Beautiful Bill Act)' 법안의 이행을 위한 것으로, 풍력과 태양광 프로젝트에 적용되던 세제 혜택 종료 시점을 앞당기고 연방 세액공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명령에 따라 재무부(U.S. Treasury Department)는 프로젝트의 '착공' 시점을 더욱 엄격하게 정의해야 하며, 단순한 서류 작업이나 세제 혜택 확보 목적의 형식적 착공은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기존에는 12개월 내 착공만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물리적 공사에 착수해야만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2026년 이후 미착공 프로젝트는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착공 후에도 2027년까지 상업운전에 들어가야만 세제 혜택이 유지된다. 이는 그간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공사 일정 확보를 위해 세제 혜택부터 선점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려 대상 외국기관(foreign entities of concern), 특히 중국과 연계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제한할 것을 지시했다. 공급망 안보를 이유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정치적 견제를 강화하려는 조치다.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에는 풍력 및 태양광 설비에 유리하게 적용돼 온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폐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연방 토지 내 풍력·태양광 단지의 허가 절차, 사용료, 환경심사 등 관련 정책 전반이 수정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석탄·반재생에너지 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풍력과 태양광을 '과거 행정부의 급진적 녹색 의제(radical green agenda)'의 산물로 규정하며, 전력망 안정성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추럴리소스디펜스카운슬(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킷 케네디(Kit Kennedy) 전력 담당 매니징디렉터는 “청정에너지가 전력망을 더 강하고 회복력 있게 만들며, 소비자 전기요금 절감에도 기여한다”며 “오래된 화석연료 발전소를 되살리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스 저스티스(Earth Justice)도 “에너지부 보고서는 청정에너지의 기여를 체계적으로 저평가하고 있으며, 노후 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주 규제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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