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론이 텍사스 서부를 첫 AI 데이터센터 전용 발전 프로젝트 부지로 확정했다. 기존 석유·가스 중심의 사업구조에 전력 사업을 추가하며, 빠르게 확대되는 AI 전력 수요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공개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블룸버그는 셰브론이 데이터센터용 전력 공급을 목표로 첫 천연가스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단독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최종 투자결정(FID)은 2026년 초로 예상된다.

 

‘퍼미안 분지’ 가스를 데이터센터 전력으로 전환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산유지 중 하나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서 추진된다. 이 지역은 천연가스 생산 급증으로 파이프라인 병목과 연소(flare) 문제가 지속돼 왔다. 셰브론은 과잉 가스를 전력 생산으로 전환해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급과잉 문제 해소와 신규 수익원 확보를 동시에 노린다.

셰브론 CFO 에이미어 보너는 "우리에겐 이미 가스가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전력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셰브론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독립형(off-grid) 천연가스 발전시설을 건설한다. 3년 내 2500메가와트(MW) 규모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최대 5000MW의 전력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원전 2기를 웃도는 규모다. 독립형 설계는 지역 전력망 과부하를 피하고,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안정적 전원체계를 직접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셰브론은 자사 생산 가스 중 하루 약 30억 입방피트 규모를 장기간 판매할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론(Chevron Corp.)이 텍사스 서부를 첫 AI 데이터센터 전용 발전 프로젝트 부지로 확정했다./셰브론
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론(Chevron Corp.)이 텍사스 서부를 첫 AI 데이터센터 전용 발전 프로젝트 부지로 확정했다./셰브론

셰프론은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천연가스 기반 독립형 발전시설을 건설하며, 장기적으로 최대 5000메가와트(MW)에 달하는 전력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3년 내 2500MW 수준까지 우선 확대될 예정으로, 이는 원자력 원자로 2기를 능가하는 규모다. 이 발전시설은 기존 전력망이 아닌 독립형(off-grid) 전원체계로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 전력망과 경쟁을 피하면서, 전력 품질과 안정성을 단독으로 관리하려는 데이터센터 특성에 맞춘 구조다. 

셰브론은 자사 생산 가스 중 하루 30억 입방피트에 달하는 양을 장기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엔진넘버원ㆍGE 버노바와 손잡고 기술ㆍ투자 라인 구축

셰브론의 전력사업 진출에는 행동주의 펀드 '엔진 넘버원'과의 협업도 영향을 미쳤다. 엔진 넘버원은 2021년 엑손모빌을 상대로 한 캠페인에서 이사진 3명을 교체한 바 있으며, 에너지 기업들의 장기 사업 전환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전력 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GE 버노바의 대형 천연가스 터빈 7기도 확보했다. 셰브론 측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용 발전 프로젝트가 셰브론의 첫 번째 전력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며 "엔진 넘버원과의 파트너십은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전략 재조정으로 유가 변동 리스크 완화

셰브론은 13일(현지시간)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장기 재무전략도 함께 조정했다. 2030년까지 연간 자본예산은 기존 190억~220억달러(약 27조~32조원)에서 180억~210억달러(약 26조~30조원)로 낮춘다. 투자 축소에도 석유·가스 생산량은 연 2~3% 증가 목표를 유지한다. 이는 JP모건의 연 1.7% 증가 전망을 웃도는 수준이다.

자유현금흐름(FCF)은 2030년 약 300억달러(약 43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현재보다 약 75% 증가한 규모로, 브렌트유 배럴당 70달러(약 10만원)를 기준으로 한 전망이다. 셰브론은 배럴당 50달러(약 7만원) 수준에서도 배당과 자본지출을 충당할 수 있다고 제시하며, 유가 변동에 대한 재무적 안정성을 강조했다.

비용 절감 목표는 기존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서 2026년 말까지 최대 40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확대됐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30년까지 매년 100억200억달러(약 14조29조원)를 유지할 계획이다.

마이크 워스 CEO는 "앞으로 어떤 시장 역풍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갖출 것"이라며 "주주환원과 성장 투자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오일메이저 구조 바꾼다

셰브론의 이번 행보는 석유 메이저들이 'AI 시대 성장 축'을 전력산업에서 찾으려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셰브론과 엑손모빌 등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자체 발전 + AI 전력 공급' 모델을 새로운 사업 축으로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입지도 변하고 있다. 도시 중심부에서 벗어나 연료 공급지와 가까우면서 냉각효율과 전력보안 확보가 유리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텍사스에서 추진되는 이번 셰브론 프로젝트는 이러한 '수요지 탈도시화' 흐름과 퍼미안 분지의 천연가스 과잉 공급이라는 조건이 맞물린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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