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빅테크의 전력 수요가 폭증해 기존 기후 공약이 흔들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구글 등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스·원자력·지열 등 모든 선택지를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AI 도입 이전 대비 최대 64%까지 증가하며 넷제로 목표와의 충돌이 불거졌다고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전했다.
데이터센터, 빅테크 ‘2040년 넷제로’ 공약 정면 압박
빅테크들은 대규모 청정에너지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 아마존, 구글, MS는 2025년 상반기 미국에서만 9.6GW(기가와트)의 청정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으며, 이는 글로벌 PPA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산업이 2035년까지 추가로 확보해야 할 전력은 362GW에 달해 청정에너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AI의 영향은 이미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드러나고 있다. 메타·구글·아마존·MS는 챗GPT 발표 이전 기준 대비 각각 64%, 51%, 33%, 23%의 탄소배출량 증가를 공시했다. MS는 “AI 및 클라우드 확장과 같은 성장 관련 요인이 탄소 증가의 원인”이라고 명시했다.
MS 내부에서는 AI 전력수요와 기후 목표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지속가능성 조직이 혼란에 빠졌다는 증언도 나온다. 올해 회사를 떠난 두 명의 전직 관리자는 AI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기후 우선순위가 수시로 변했고, 기후목표 후퇴에 대한 대중의 비판을 우려해 ‘과도한 통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2023년 업계 전반에서 약 20만 명의 인력을 줄인 구조조정 여파로 기후 관련 조직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데이터센터 용량의 가장 큰 제약 요인, 반도체가 아니라 전력”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데이터센터 용량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을 “반도체가 아니라 전력 공급”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내 AI 인프라가 요구하는 전력은 기존 공급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다는 분석도 많다.
이에 따라 빅테크는 원자력과 지열 등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전력 생산시설을 짓는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베이커보츠 로펌의 전력 부문을 이끄는 일레인 월시는 “최근 신규 프로젝트 대부분이 가스발전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주에 ‘하이페리온(Hyperion)’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전력 사용량은 최대 5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페리온을 지원하기 위해 전력회사 엔터지는 2.3GW 규모의 가스발전소 3기 건설에 대해 규제 승인까지 확보했다.
메타는 탄소집약도를 낮추기 위해 엔터지와 함께 루이지애나 전력망에 1.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 전역에서 태양광 프로젝트 3곳 등 청정에너지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구글 역시 최근 일리노이주의 가스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하되, 배출량 90%를 제거할 수 있는 탄소포집·저장(CCS) 장비를 설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CCS의 경제성과 대규모 구축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미국 전역에 CCS 저장망을 구축하려면 15만4500km의 신규 파이프라인이 필요할 수 있다는 에너지부 추산도 있다.
가스·탄소포집·원자력… “가능한 모든 옵션 검토”
또 다른 대안은 원자력이다. 구글은 최근 넥스트에라가 아이오와에서 재가동을 추진 중인 원전에서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다만 전력 공급은 2029년부터 가능할 예정이다. 신규 원전 건설은 비용과 공급망 문제로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연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검토 기간을 60일로 단축하는 규정을 제안했다. 데이터센터가 신규 발전설비를 포함하거나 전력 수요를 조절하기로 약속할 경우 신속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테크 CEO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AI 인프라 투자를 환영하고 에너지 프로젝트의 인허가 간소화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기반 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지원을 축소한 바 있다.
특히 7월 통과된 대규모 감세법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됐던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상당 부분을 철회했으며, 블룸버그NEF는 이로 인해 2035년까지 미국의 신규 태양광·풍력·저장설비 설치량이 21% 감소해 227GW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NEF의 나옐 브리히 애널리스트는 빅테크가 지난 10여 년간 청정에너지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온 만큼 전략을 쉽게 후퇴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청정에너지 전략을 포기하면 브랜드 타격뿐 아니라 그동안 투자해 온 시간과 비용도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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