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은 녹색 에너지 및 첨단산업의 필수 광물인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자체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희토류는 전기 자동차, 풍력 터빈, 드론 등 친환경 사업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이면서 스마트폰, 반도체용 연마제, 망원 렌즈, 자동차 촉매, 광학 렌즈 등 소비재 뿐 아니라 첨단산업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피륨 등 희토류 광물 종류도 17여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희토류 채굴, 분리, 정제 등 단계별 가공 공정과 고부가가치 소재 및 부품의 생산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희토류 광물의 80%, 유럽연합은 공급량의 98%를 중국으로부터 공급 받았다고 알려졌다.
영국 컨설팅 및 자문 기관인 아다마스(Adama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희토류 가공의 85~90%를 차지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인 나카노 선임연구원은 "청정에너지와 연계된 희토류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미국과 유럽 정부들은 구체적인 조치들을 살펴보고 이를 적극 취해야 한다"고 FT에서 밝히기도 했다.
탄소중립을 향한 로드맵에서 핵심원료의 중국 의존도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를 낳으며, 탈(脫)중국을 향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미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광물 생산을 높일 예정이다. 이에 지난 주 미국 상원은 지난 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의 광산 조달 경쟁력을 높이고 주요 광물 공급망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희토류 업체 MP 머티리얼즈(Materials)는 화학 공정을 통해 희토류 광물을 분리시키고, 2025년까지 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영구자석을 직접 제조할 예정이다.
사메라 파질리 국가경제위원회(NEC) 사무차장은 "미국은 광물 성분인 희토류 및 리튬 생산과 가공을 활성화하는 한편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희토류 공급을 늘리고 경쟁국가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EU는 희토류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원자재이지만 공급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외교적 긴장을 이어 왔다. 서유럽 국가들은 다음 주 브뤼셀에서 열리는 희토류 및 기타 중요 자원에 대한 중국 통제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회담에 참여하고, 유럽 내 녹색 공급망을 만드는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티에리 브르타뉴 유럽 집행위원은 "EU는 가장 큰 희토류 매장지인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노라 케르라"라며 "희토류 공급 다변화와 추출·가공·재활용·정제·분리 역량을 독자 개발함으로써 보다 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희토류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희토류 광물 채굴 계획은 수백 개의 질 좋은 일자리와 주민들을 위한 필수적인 주 수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광물 컨소시엄 'EIT 원자재'의 베른드 샤퍼(Bernd Schafer) CEO 겸 전무이사는 이달 중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생산량 증대 방안에 대한 '조치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컨설팅업체 로스킬(Roskill)의 배터리 및 전기자동차 전문가인 데이비드 메리만(David Merriman)은 "유럽은 다른 국가에 비해 희토류 생산이 조금 더 복잡하다"며 "원자재나 반(半)가공된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혹은 재활용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P 머티리얼즈의 대변인은 "희토류 부족한 현상 때문에 전 세계 제조업체들은 공급망을 새로운 방식으로 고안한다"며 "유럽의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 자동차 및 풍력 발전 회사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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