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통부, “SMR(소형원전) 예타 추진”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올 가을 한국형 스마트 원전인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전) R&D(연구개발)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고 기술확보를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소형원전은 기술확보 노력을 좀 더 열심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업해 올 가을쯤 차세대 SMR 연구개발에 대한 예타를 신청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런 부분에서 외국과 협력 가능한 부분도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SMR(소형원전)이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경제성 문제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란 공동의 목표가 생기며 부상 중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소듐(액화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SMR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도 SMR에 대한 관심을 견인시켰다.
다만 기존 탈원전 기조에 대해서는 특별한 정책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와 관련해 "국내에 원전 24기가 가동되고 있고 신한울 1·2호기가 완성되면 26기까지 늘어난다"며 "2050년에 원전이 11기로 줄어드는 것으로 계획돼 있는데 여전히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탄소중립에서 원전 역할이 있을 것이고 60년간 가동하며 원전산업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기회요인이 여전이 있다"고 했다.
국내엔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적으로 짓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문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 땅이나 인구에 비교해서는 (원전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안전성 담보 없이 (원전을) 추가하는 게 맞느냐는 시각이 있다"며 "정부로서는 우리의 우수한 원전기술을 유지해 나가는 숙제가 있고 안전성을 담보해 국민들을 안심하도록 해야 하는데 두번째 부분에 대해 해법을 가지고 있어야 원전에 대한 정책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형원전에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 뛰어들어
소형 원전은 기당 발전용량이 300㎿급 안팎으로 기존 1000~1500㎿급 대형 원전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사고 위험이 낮고 건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건설 기간도 3년 이내로 대형 원전보다 짧으며, 냉각수 조달 때문에 해안가에 세워야 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공기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륙에 건설할 수 있다.
현재 소형 원전 개발에 뛰어든 국가는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이다.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에너지 기업 테라파워가 2030년까지 차세대 소형원전 ‘나트리움’을 상용화한 뒤 미국 전역에 소형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는 올해 예산 중 소형원전을 포함한 첨단 원전 연구개발 비용으로 15억달러를 책정하는 등 소형원전 산업 육성에 나섰다.
영국 정부도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롤스로이스와 손잡고 2050년까지 약 45조원을 들여 소형원전 16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역시 소형원전 수출 시장이 연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말 산업 육성 전략인 ‘SMR 액션플랜’을 수립했다.
중국 또한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을 채택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비화석연료 에너지원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모듈형 소형원자로와 해상 부유형원자로 등 3세대 연안원전의 건설 추진을 가속화하고, 5개년 계획에 따라 기술을 육성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손잡고 ‘혁신형 소형원전’ 개발에 돌입했다. 정부는 한수원 주도로 2030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해 1기당 출력이 170㎿에 달하는 '혁신형 SMR'를 상용화하고 수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혁신형 SMR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존에 개발한 한국형 소형원자로인 SMART를 개량한 것으로, 블록처럼 모듈화해 조립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대형 원전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형 원전 분야에서는 미국 등에 비해 모형이나 전략이 성숙하지 못하다. 소형원전 개발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형원전의 최대 경쟁자는 LNG?
소형원전이 새롭게 각광 받는 이유는 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게 되면서다. 대표적인 화석연료 대변 기구인 IEA도 최근 넷제로로 향하는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전은 2030년까지 15% 증가할 것”이라며 “에너지 믹스 정도는 나라별로 다르겠지만,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브릿지 연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은 화석연료가 사라진 자리를 메꾸는 수단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반면, 원전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가 확산될 때까지 연결 연료로 언급되는 LNG의 수요는 점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는 “더이상 신규 LNG 발전소는 필요하지 않다”며 “2050년까지 LNG 사용량은 60% 하락하면서 2030년대에는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연평균 5% 이상 감소해 일부 시설은 조기 폐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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