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은행 36개, 17개국 조세 회피처에서 이익
EU조세관측소 "글로벌 최저세율 도입하고, 은행은 공시 개선하라"

EU조세관측소는 유럽연합 세금 관련 연구 및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지난 6월 EU가 공동출자하여 설립했다./EU조세관측소
EU조세관측소는 유럽연합 세금 관련 연구 및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지난 6월 EU가 공동출자하여 설립했다./EU조세관측소

유럽 주요 은행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해서 이익을 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독립조사기관인 EU 조세관측소는 6일(현지시각) “국가별 공시가 의무화되고 있지만 2014년도부터 은행이 조세 피난처를 통해 수익을 보는 추세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U 조세관측소는 이날 HSBC, 스탠다드차타드, BNP파리바를 포함한 유럽 36개 주요 은행이 조세 피난처를 통해 얻은 이익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관측소는 은행들이 공시한 일부 내용만으로도 총 200억 유로(27조5886억 원)를 조세 피난처에 두고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체 이익의 14%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는 바하마, 홍콩, 마카오, 카타르, 지브롤터 등 17개국이다. 

유럽 주요 36개 은행 목록/EU조세관측소 보고서 발췌
유럽 주요 36개 은행 목록/EU조세관측소 보고서 발췌

관측소는 조세회피처 문제는 곧 공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관측소는 “정보공개 의무화 도입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처를 통한 수익률에 변화가 없다”며 “이익이 창출된 국가와 직원이 위치한 국가 간에 차이가 있는데, 이런 기록이 없기 때문에 이를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저세율 25%는 도입해야...

공시 요건 보완하고 소득 이전, 세무전략 공개 요구 

관측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세율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G7에 이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설정한다는 합의안이 마련됐다. 관측소는 “은행이 조세회피처를 사용하는 일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법인세 25% 정도의 야심한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세관측소는 “글로벌 최저세율이 부과되면 유럽 은행은 연간 30억~50억 유로(4조1395억~6조8992억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주요 은행들은 ESG 공시와 투자 부문 선두에 서 있다.

조세회피처에서 이익을 얻는 은행 목록에 BNP파리바가 있다. BNP파리바의 자산운용사는 지난 6월 “시장의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이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녹색채권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은행인 HSBC는 지난달 3일 아시아 각국의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고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 메커니즘(MTM)'을 구성했다.

 HSBC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는 홍콩의 은행이고 수익의 대부분이 홍콩에서 발생해 왔다”며 “세율이 낮은 지역을 인위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세율이 낮은 지역을 의도적으로 거래 구역으로 삼지 않았다”며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유일한 거래는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당 은행들은 이번 조사에 등장한 거래들이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관측소는 “이번 조사 결과 추가로 공시 요건을 보완하고 다국적 기업의 소득 이전과 세무전략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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