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노피는 글로벌 대형 금융사 및 기업의 삼림 벌채 대응을 추적한 포레스트500 연례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글로벌 캐노피 
캐노피는 글로벌 대형 금융사 및 기업의 삼림 벌채 대응을 추적한 포레스트500 연례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글로벌 캐노피 

영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캐노피(Global Canopy, 이하 캐노피)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포레스트500(Forest 500)’ 보고서를 통해, 넷제로(탄소중립)를 약속한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리걸앤제네럴(Legal & General) 등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인 삼림보호 활동에 무관심하다고 밝혔다.

삼림보호, 특히 삼림 벌채 근절은 넷제로 달성의 핵심 전략으로 손꼽힌다. 벌채는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많은 양을 흡수하는 숲을 파괴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캐노피에 따르면, 벌채에 따른 탄소 배출은 전세계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또 삼림보호와 재건에는 많은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벌채를 막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삼림 벌채 근절에 글로벌 리더들의 목소리가 집중됐고, 실제로 전 세계 삼림의 85%를 차지하는 100여개 국가가 2030년까지 삼림벌채 중단을 약속했다.

캐노피는 금융사들이 기업 투자 제한 등을 통해 삼림벌채 근절에 금융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이들의 관련 실적을 2014년부터 추적해 매년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150개 금융사의 투자 실적과 350개 기업의 경영활동 및 공급망을 분석해 그 결과를 담았다. 

조사 결과, 150개 금융사들은 삼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급망을 가진 기업에게 총 5조5000억 달러(655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지만, 삼림 벌채 근절에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0개 금융사 중 93개사는 삼림 리스크를 가진 공급망을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와 대출을 제한하는 등의 삼림 벌채 정책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블랙록, 리걸앤제네럴, 커먼웰스은행 등 22개사는 넷제로 선언을 했음에도 벌채 근절 약정 없이 관련 기업에 총 669억 달러(79조600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제로 선언에도 불구하고 투자 포트폴리오에 삼림벌채 정책을 가지지 않는 글로벌 대형 금융사 리스트 
넷제로 선언에도 불구하고 투자 포트폴리오에 삼림벌채 정책을 가지지 않는 글로벌 대형 금융사 리스트 

 

캐노피는 벌채 리스크가 가장 큰 4대 상품군인 팜유, 콩, 목재, 소고기에 대한 금융사들의 벌채 근절 정책과 약속을 5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BNP파리바,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라보뱅크(Rabobank) 등 8개사가 3점을 받은 반면 블랙록과 리걸앤제네럴은 1점, 뱅가드는 0점을 받았다. 5점 만점을 받은 금융사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조사에 있어서도 350개 기업중 72%가 공급망에서 벌채 리스크에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삼림벌채 근절에 대한 선언이나 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지난해부터 28개 기업이 삼림 벌채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공약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중 11개 기업만이 벌채에 노출된 자사의 모든 상품에 대해 근절 선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삼림에 거주하는 원주민이나 노동자들의 인권에 액션을 취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고 캐노피는 밝혔다. 조사한 350개 기업 중 네슬레만이 삼림 관련 공급망의 근로자 권리뿐 아니라 토지분쟁 시 취득 및 개발 자제, 지역주민/원주민 대상 사전 동의 절차 수립 등 인권 증진 약속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노피는 삼림 벌채는 기후 리스크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원주민의 인권에도 큰 위협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숲이 개간되면 원주민과 지역주민들은 토지와 자원에 대한 접근을 잃고, 마땅히 누려야하는 경제권과 환경권 등에 대한 권리가 무시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 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 측면에서 기업과 금융사가 벌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캐노피는 주장한다. 

캐노피는 삼림벌채에 따른 환경적, 사회적 리스크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벌채 비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삼림 면적을 가진 브라질 아마존에서의 벌채가 지난해에만 21% 증가해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삼림 벌채 근절을 위한 규제가 지난해부터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11월, 삼림 리스크가 큰 공급망과 거래하는 기업에 실사를 요구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 위치한 기업들은 자사 공급망에서 불법적인 벌채가 발생하는지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또 유럽연합(EU)도 팜유, 콩, 소고기, 가죽, 목재, 종이 등 삼림 리스크가 큰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실사를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삼림 법안(FOREST bill)을 예고했다. 이 같은 정부 규제 마련도 중요하지만, 벌채의 실제적인 근절을 위해서는 금융사와 기업의 적극적인 액션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캐노피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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