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원자력 발전은 탄소배출은 없지만 건설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완공 후에는 수십 명의 숙련된 전문가가 모니터링과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안전성이 강화된 소형모듈원전(SMR)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은 공기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륙에도 건설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소형 원자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미국은 한 술 더 떠서 SMR보다 더 작은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고 CNBC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야시르 아라파트(Yasir Arafat)는 미국 정부의 저명한 핵 연구 연구소 중 하나인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에서 소형 원자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아라파트에 의하면, 자신이 만드는 소형원전은 비교적 저렴하고 원자력 배터리에 가깝다고 한다.
아라파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만드는 시제품은 ‘마블(MARVEL) 원자로’라 불릴 것이며, 목표는 2023년 12월까지 첫 번째 시제품이 가동되어 미국 최초의 고급 소형원전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다호 국립연구소는 아라파트 주도로 2020년 6월 마블(MARVEL) 원자로 프로젝트의 설계와 모델화를 시작했다. 아라파트는 지난 5월 아이다호에서 가진 비디오 인터뷰에서 “마블 원자로가 완성되면 원자력 시스템을 휴대하고 운반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할 수 있고 최종 소비자에게 열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파트 이외에도 이미 오클로(Oklo),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제네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 등 수 많은 민간 기업들이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의 목표는 역시 무배출의 신뢰성 높은 에너지원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아라파트에 의하면, 한 개의 마블 원자로로 1000~1만명의 지역사회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전력망은 중앙집중식 위치에서 전기를 생산하여 최종 사용자에게 분배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마블 원자로는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전력을 생산, 공급하기 때문에 중앙집중식보다는 자연재해나 사고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아라파트는 "마블 원자로는 외딴 지역이나 소규모 지역사회를 위한 청정에너지가 될 수 있으며, 재생 가능한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저장장치(ESS)를 포함하는 미래 청정에너지 그리드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더 작게 그리고 더 싸게
소형모듈원전(SMR)은 기존 경수로보다 건설하기에 덜 복잡한데, 마블 원자로는 한 술 더 떠서 SMR보다도 만들기 쉽다.
아라파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하드웨어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공장에서 만들 수 있다”며, "연간 수백 개의 마블 원자로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공장에서 마블 원자로를 고객 장소로 운송하여 연료를 공급하고 시동을 걸 수 있다. 목표는 1주일 이내에 마블 원자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대규모 발전소라기보다는 원자력 배터리에 가깝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라파트는 CNBC에 ”만약 우리가 이 시스템들을 정말 잘 만들고 공장 조립을 활용한다면, 미국의 모든 대학에서도 충분히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블 원자로는 핵 비확산 요건에 의해 설정된 한계치인 20% 미만으로 농축된 다른 종류의 연료를 사용한다. 이 연료는 고농축 우라늄(HALEU:High-Assay Low-Enriched Uranium)이라고 부르는데, 이것 때문에 원자로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아라파트는 “우리는 실제로, 훨씬 더 콤팩트하고 작은 원자로의 노심(core)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원자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심보다는 훨씬 적은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이것이 고농축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원자로의 소형화와 공장에서의 제작은 만성적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예산 초과를 반복하는 기존 경수로보다 건설 비용을 훨씬 저렴하게 만든다. 미국 조지아주 보글(Vogtle) 공장에서 건설 중인 3, 4호기 원자로는 이러한 문제점으로 악명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공장에서 만든 최초의 마블 원자로는 기술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저렴하거나 빠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청정 에너지 대안이 없는 알래스카처럼 외딴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아라파트는 말했다.
그는 "현재 알래스카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기술은 디젤 발전기다. 이러한 디젤 발전기를 이런 마블 원자로로 대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CNBC에 밝혔다.
한편, 마블 원자로는 에너지 사용처 근처에 설치되므로 송전 비용은 사실상 제로라고 한다. 게다가 마블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보다 적은 인력과 적은 유지 보수 작업을 필요로 하는데, 그 이유는 연료 교체 기간이 경수로는 2년 미만인 데 비해 마블 원자로는 5~ 10년이기 때문이다.
마블 원자로에는 안전장치도 있다. 아라파트는 "마블 원자로는 열 발생, 열 수송, 열 제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냉각 회로(coolant loops)가 어떠한 공학적 시스템도 없이 수동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마블 원자로 격납용기의 소재는 장갑차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탄화붕소라서 매우 튼튼하다. 아라파트는 "인공이나 극단적인 기상조건이 되어도 마블 원자로 시스템의 가동이나 안전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원전이 중요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냐
미국원자력학회(American Nuclear Society)의 회장인 스티브 네스빗(Steve Nesbit)은 소형 원자로와 특히 마블 원자로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들이 탈탄소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아라파트는 "네스빗 회장의 주장은 전통적인 경수로가 수백 메가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소형 원자로는 1~5 메가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스빗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소형원자로는 우리의 청정에너지 수요를 해결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소형원자로는 마이크로 그리드(microgrid)가 있는 환경에는 이상적이지만, 기존 그리드에서 깨끗한 전기를 기가와트 규모로 생산하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자력 혁신 전문가 겸 교수인 알렉스 길버트(Alex Gilbert)도 네스빗 회장과 같은 견해다.
길버트 박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소형 원자로는 에너지 자원을 분산시켜서, 전력 그리드 밖에 있는 고객, 작은 마을과 산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며 "알래스카는 캐나다, 러시아, 스칸디나비아와 같은 북극의 다른 지역처럼 초기에 시장이 될 것이다. 소형 원자로는 마이크로그리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분산 설치된 태양광과 배터리를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소형 원자로 개발에 직면한 많은 주요 이슈는 미국에서 대규모 원자력 개발이 직면한 것과 똑같다. 길버트 박사는 "규제 시스템은 소형 원자로를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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