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넷제로(Net-zero, 순배출 제로)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CDP는 비영리단체 사우스폴(Southpole)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넷제로 경제 전환 준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202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CDP와 제휴하며 배출량과 감축 목표량, 기후조치를 공개한 기업은 3879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시가총액의 14%가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순제로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291곳(8%)에 불과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CDP에 탄소 계획을 보고한 기업/CDP 보고서 'How companies in Asia Pacific are preparing for the net-zero economy'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CDP에 탄소 계획을 보고한 기업/CDP 보고서 'How companies in Asia Pacific are preparing for the net-zero economy'

한국은 242개 기업이 CDP에 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중국(1402곳), 일본(876곳), 대만(384곳), 인도(267곳)에 이은 5위다. 이 중 2021년 처음으로 보고를 한 기업은 90곳이었다.

CDP에 탄소 배출 계획을 보고한 한국 기업 중 CDP 리더십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은 21곳이었다./CDP 보고서 'How companies in Asia Pacific are preparing for the net-zero economy'
CDP에 탄소 배출 계획을 보고한 한국 기업 중 CDP 리더십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은 21곳이었다./CDP 보고서 'How companies in Asia Pacific are preparing for the net-zero economy'

보고 기업 대비 CDP 리더십 등급(A·A-)을 받은 한국 기업은 21곳(8.7%)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위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 중 A등급을 받은 기업은 4곳, A-등급을 받은 기업은 17곳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일본이 A등급 55곳, A-등급 98곳(17.5%)으로 가장 많은 기업이 리더십 등급을 받았다. 한국 다음으로는 호주(6.6%), 인도(4.5%), 싱가포르(2.8%), 중국(0.2%)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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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P는 “2021년 6월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호주, 인도, 한국 정부와 보다 심층적인 다자간 경제 협력을 위해 ESG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다”며 “한국과 태국,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에서는 기후정책의 일환으로 녹색 분류체계를 개발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택소노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류법이 공통 표준과 일치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EU와 중국의 녹색 분류체계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제안된 공통 분류법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CDP의 도날드 찬 아시아 태평양 담당 상무는 "향후 5년간 내린 결정에 따라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국가, 지방 정부, 기업, 자본 시장 등 경제의 모든 주체가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난제는 역시 재생에너지

탄소 감축 노력 전세계 수준에 비해 뒤떨어져

CDP는 특히 SBTi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65%가 탄소 감축 목표는 가지고 있지만, 3곳 중 1곳만이 과학기반 목표치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기준 아시아태평양에 위치한 기업 중 SBTi에 검증된 목표를 갖고 있는 기업은 30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DP는 “과학기반 목표가 있는 조직은 없는 조직보다 탄소 배출량을 4배 이상 줄일 수 있었다”며 “과학에 기반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목표치를 높이고 탄소 감축의 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한편 10개 중 4개(40%) 기업은 하나 이상의 Scope 3 배출량을 측정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Scope 3 배출량의 평균 합계는 Scope 1과 2의 배출량을 합한 수치보다 11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 배출량을 모두 측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탄소 감축 노력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뒤떨어져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CDP의 투자자 서명에 응답한 600개 회사는 2021년 배출량을 감축했다고 보고했으며, 총 2억6700만톤을 줄였다. 이는 긍정적이지만 202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체 탄소 배출량의 1%에 불과한 수치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특히 기후위험에 취약하다. 서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일부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지하수가 고갈될 위험에 처해있고, 지구 기온 상승에 영향을 받는 국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GDP의 최대 6%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탄소를 감축했다는 기업 중 32%가 "재생에너지로 사용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CDP 보고서 'How companies in Asia Pacific are preparing for the net-zero economy'
탄소를 감축했다는 기업 중 32%가 "재생에너지로 사용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CDP 보고서 'How companies in Asia Pacific are preparing for the net-zero economy'

그럼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은 큰 숙제로 남아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 5%로 나타났다. 2021년 RE100 공개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 중국, 대만은 재생 에너지를 조달하기 가장 어려운 10대 시장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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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환경에서도 재생에너지 조달을 달성한 케이스 스터디 중 하나로는 SK텔레콤이 선정되기도 했다. 2020년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SK텔레콤은 100% 재생 에너지 사용을 위해 녹색 요금제 및 제3자 PPA를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이천 미래경영연구원과 서울 성수사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탄소 38톤을 줄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RE100도 함께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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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존 데이비스 비영리단체 사우스폴 아시아 태평양 담당 이사는 “아태지역이 다가오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는지는 전 세계가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고 넷제로 경제 전환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 위치를 차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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